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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거장 손끝에서 잠깨는 4958개의 ‘웅장’

등록 2016-09-13 14:08수정 2016-09-13 20:38

파이프오르가니스트 장 기유
20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
‘전람회의 그림’ 등 명연주 기대
현존하는 최고의 오르가니스트로 불리는 거장 장 기유가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파이프오르간 리사이틀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현존하는 최고의 오르가니스트로 불리는 거장 장 기유가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파이프오르간 리사이틀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악기가 제소리를 내는 건 제 연주자를 만날 때다. 4958개의 관을 촘촘히 거느린 새로운 파이프오르간이 거장 오르가니스트와 두근거리는 첫 만남을 가진다. 프랑스 출신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장 기유(86)가 오는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파이프오르간 솔로 리사이틀을 연다.

국내 콘서트홀 최초로 설치한 이 악기는 171년 전통의 파이프오르간 명가인 ‘리거’가 만들었다. 필하모니 드 파리, 빈 뮤직페라인의 파이프오르간을 제작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작사 중 하나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은 25억원을 들여 제작부터 설치까지 2년4개월이 걸렸다.

4958개의 파이프와 68개의 스톱(stop)버튼, 4단의 손건반으로 이뤄졌다. 스톱은 키보드나 페달보드의 음을 파이프로 연결한다. 68개의 스톱은 각각 바이올린, 튜바, 트럼펫 등의 소리를 낼 수 있다. 파이프가 5000개 가까운 것도 한 스톱별로 평균 60여 개의 파이프를 배정해 68개 악기의 음색을 만들기 위해서다. 스톱의 결합을 변경하면, 소리를 더욱 크고 웅장하게 낼 수도 있다.

콘서트홀에서 파이프오르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주는 물론 파이프오르간 콘서트는 유럽 등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은 교향곡 연주도 가능하게 디자인됐다. 그런 까닭에,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와 넓고 역동적인 음역을 가진 이 악기를 ‘1인 오케스트라’라고 부른다. 괜히 ‘악기의 제왕’이 아니다.

20세기와 21세기 현존하는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 편곡가인 장 기유. 롯데콘서트홀 제공
20세기와 21세기 현존하는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 편곡가인 장 기유. 롯데콘서트홀 제공
이 악기의 잠을 깨울 장 기유는 누군가? 경이로운 테크닉, 독특한 음색 배합과 리듬 해석 등으로 오르간 레퍼토리 확장에 전력을 기울인 연주자, 작곡가, 편곡가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차이콥스키의 ‘비창 교향곡’ 등 널리 알려진 대곡을 오르간으로 연주해 명성을 쌓았다. 특히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의 오르간으로 연주한 ‘전람회의 그림’은 대표적인 명연주로 꼽힌다.

그는 1982년 ‘리스트 음반상’, 미국 AGO 뉴욕협회 ‘올해의 세계적 오르간 연주자상’, 1991년 ‘프랑스 음반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종도뇌르 서훈자로 선정됐지만, 프랑스 정부가 클래식음악 발전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서훈을 거부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듯한 그는 “큰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며 동물들의 반응을 보고 싶다”는 희망을 털어놨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더 좋은 귀를 가졌기 때문이다. 오르간처럼 노래하는 고래에게도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4958개의 파이프와 68개의 스톱(stop)버튼, 4단의 손건반으로 이뤄진 롯데콘서트홀 파이프오르간. 롯데콘서트홀 제공
4958개의 파이프와 68개의 스톱(stop)버튼, 4단의 손건반으로 이뤄진 롯데콘서트홀 파이프오르간. 롯데콘서트홀 제공
그는 20일 저녁 8시 본인 작곡의 6부작 오르간곡 ‘사가’(Saga) 중 4·6번과 ‘전람회의 그림’으로 이 공룡처럼 거대하고도 공작처럼 우아한 자태의 오르간을 깨운다. 프랑크의 ‘영웅적 소품’과 리스트의 ‘바흐에 이름에 의한 환상곡과 푸가’도 들려준다. 1544-7744.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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