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무서우면 ‘명절 전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명절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가슴은 답답~. 그럴 땐 미리 뮤지컬이나 연극 한 편 예매해두는 건 어떨까. 보고 나면 묵은 스트레스가 쑥 내려가는 공연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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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춤판 어때요 ‘흥’으로는 따라갈 자가 없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주인공 롤라(정성화·강홍석) 이야기다. 드래그퀸(여장남자) 롤라가 몸매를 드러내는 원피스를 장착하고 화려한 댄스를 선보일 때면 같이 춤추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팝스타 신디 로퍼가 만든 ‘랜드 오브 롤라’ ‘섹스 이즈 인 더 힐’ 같은 넘버는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귀에서 춤춘다. 망해가는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이지훈·김호영)는 우연히 롤라를 만나 드래그퀸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들기로 한다. 길이 80㎝, 강렬한 붉은빛의 부츠는 자신을 다르게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으려는 롤라의 의지를 상징한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직 결정을 못한 분들’ 모두 환영받는 세상을 향한 건강한 메시지가 이 작품의 미덕이다. 공연 마지막, 관객과 함께하는 ‘댄스타임’이 있으니 빼지 말고 팔을 흔들어 볼 것.
13~18일 공연은 ‘추석위크 할인’을 적용해 매수 제한 없이 최대 50%까지 할인해준다. 15일 공연은 없다. 11월1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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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공포물 어때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매운 음식을 먹은 듯 스트레스가 풀리는 이들에게 뮤지컬 <스위니 토드>와 연극 <도둑 맞은 책>을 추천한다. <스위니 토드>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부패한 판사 ‘터핀’에게 아내와 딸을 뺏기고 추방당한 뒤 15년 만에 돌아와 ‘피의 복수’를 벌이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와 ‘사랑의 힘’으로 그를 돕는 러빗 부인에 대한 이야기다. 조승우, 양준모가 스위니 토드 역을, 옥주현, 전미도가 러빗 부인을 맡았다. 탄탄한 배우진과 브로드웨이 명작이 만나 슬프면서도 웃기고, 음침하면서도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17일까지 예매하는 관객에게는 13~18일 9회 공연분에 한해 2매 구매 시 전석 40% 할인을 해준다. 15일 공연은 없다. 10월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연극 ‘도둑맞은 책’에 출연하는 배우 송영창(왼쪽)과 이 작품으로 처음 연극에 도전한 배우 박용우.
2014년 초연 뒤 올해 세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연극 <도둑맞은 책>은 심리묘사 스릴러를 표방한다. 전형적인 스릴러는 아니지만 창작자의 고뇌와 시기, 질투가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하다.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송영창·박호산)은 오랜 기간 함께해온 보조작가 조영락(박용우·조상웅)에게 납치당한다. 조영락은 서 작가에게 특정 살인사건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쓰라고 강요하는데 시나리오 뒤에는 놀라운 진실이 숨겨져 있다. 배우 박용우의 첫 연극 도전이다. 14~15일 공연은 없다. 2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
고 김광석의 노래들로 채워진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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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 빠질 수 없죠 고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든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은 2013년 초연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20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청와대 경호관 정학과 무영, 비밀에 싸인 그녀와의 ‘삼인사각’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변해 가네’ 등 명곡들이 뮤지컬에 맞게 재편곡돼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유준상, 오만석, 이건명, 민영기가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정학 역을, 오종혁, 지창욱, 이홍기, 손승원이 긍정적이고 유머 넘치는 무영 역을 맡았다. 13~18일 공연은 30% 할인. 14~15일 공연은 없다. 11월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사진 각 제작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