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오페라에서 유명한 아리아를 뽑아 새로운 스토리로 엮은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가 20~22일 무대에 오른다. 사진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스웨덴 출신 혼성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묶은 뮤지컬 <맘마미아>와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인기곡을 엮은 뮤지컬 <올슉업>. 보통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이다. 싱글 앨범이 가득한 기계에 동전을 넣고 곡을 선택하면 왕년의 히트곡을 들려주는 음악상자(Jukebox)처럼 인기 대중음악을 가져와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한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도 김광석의 ‘불후의 명곡’들로 꾸민 <그날들>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공연한 바 있다. 그뿐이랴. 11월에는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히트넘버 21곡을 엮은 뮤지컬 <오!캐롤>이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살린 무대가 마련됐다. 이름하여 ‘오페라 콜라주’. 원래 콜라주는 큐비즘의 파피에 콜레(종이 붙이기)가 발전한 것으로, 상관성이 없는 별개 시각물을 최초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결합시켜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내는 미술 기법이다. 오페라 콜라주는 기존 오페라에서 유명한 아리아, 듀엣, 앙상블, 합창곡을 골라 새로운 스토리로 엮었다. 노래는 원어 그대로를 부르되 대사는 우리말로 쳐, 연극과 오페라적인 요소를 함께 살렸다.
20~22일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는 오페라 초심자를 위한 공연이다. 오페라 콜라주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만든 클래식공연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는 “뮤지컬보다 재미있는 오페라 입문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 기획사는 사무엘 윤, 강요셉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음악은 유명 오페라에서 아리아와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 곡을 쏙쏙 빼왔다. 모차르트 작곡의 <돈 조반니>와 <피가로의 결혼>에서 각각 ‘그대 행복하기를’ 등 4곡과 ‘사랑을 주소서’를 발췌하고, 도니제티가 만든 <사랑의 묘약>과 <돈 파스콸레>에서 각각 ‘남몰래 흘리는 눈물’ 등 2곡과 ‘천사처럼 아름다운’을 뽑아왔다.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에서는 그 유명한 아리아 ‘아 믿을 수 없어라’를 가져왔고,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꿈 속에 살고 싶어라’를 모셔왔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토마의 <햄릿>, 헨델의 <리날도> 등에서 알짜배기 아리아를 채집했다.
‘오페라 콜라주’를 표방한 <카사노바 길들이기>의 연습 장면. 사진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그렇다면, 이런 주옥같은 아리아들은 어떤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될까? ‘여러 카사노바의 바람기를 잡는다’는 단일주제로 새로운 스토리 라인과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영화감독 준(바리톤 김주택)은 본인 결혼식장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야”라고 부르짖는다. 그에게 마침 이상형인 수지(소프라노 양제경)가 나타나면서 사랑과 갈등이 벌어진다. 여기에 안나(소프라노 정혜욱)와 지민(테너 김승직), 가톨릭 신부(베이스 손혜수)가 가세해 이야기에 뼈와 살을 붙인다. 김주택은 최근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스칼라 오케스트라의 <시몬 보카네그라> 콘서트 버전에 출연해 호평받았다.
무대장치를 최소화해 제작비를 줄이고, 연기와 조명에 연출적 강점을 집중시켜 완성도를 높였다고 제작사는 설명한다. 김덕기가 지휘하는 코리아 쿱오케스트라는 성악가와 호흡을 맞추는 한편, 멘델스존 <한여름밤의 꿈> 서곡, 모차르트 <레퀴엠> 중 ‘영원하신 왕이시여’ 등을 따로 연주곡으로 들려준다. 서희정이 대본을 쓰고 김진경이 연출했다. 오는 20~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02)2016-202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