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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주윤하, 술과 비의 시절을 지나 안착하다

등록 2016-09-20 14:56수정 2016-10-17 13:59

모던록밴드 ‘보드카레인’ 리더 주윤하
싱어송라이터 주윤하.
싱어송라이터 주윤하.
보드카레인이라는 4인조 모던록밴드가 ‘있었다’. ‘하늘에서 보드카가 비처럼 떨어지는 느낌’을 들려주고 싶어 지은 이름이었다. 이젠 과거형이 돼버렸지만 2007년 홀연히 인디신(음악계)에 등장해 꽤 많은 팬을 모았다.

청춘의 에너지 가득했던 ‘술과 비의 시절’은 짧은 전성기를 남기고 끝났다. 밴드는 2010년 3집 <페인트>(Faint)를 발표한 뒤 다음 해 공연을 마지막으로 ‘휴지기’에 들어갔다. 보컬 안승준이 영국에 유학을 가면서였다. 그리고 끝내 다시 뭉치지 못했다.

싱어송라이터 주윤하(37)는 보드카레인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였다. 그가 2014년 싱어송라이터 김목인 등과 함께 쓴 산문집 제목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밴드 해체도, 서른 넘어 시작한 솔로 활동도 그의 마음대로 된 일은 아니었으나, 이제 와 생각해보니 “최선의 선택”이었다. 앨범 제작부터 홍보까지 많은 노하우를 습득한 “값진 경험”이기도 하거니와 “밴드를 안 했다면 어차피 엄두도 못 냈을” 솔로 활동이다. 포털 사이트에 아직 소속그룹이 보드카레인으로 되어 있다고 하자 “그럼 출신그룹으로 바꿔야겠다”며 웃어 넘긴다.

“솔로 욕심도 없었고 그저 밴드 휴지기에 꾸준히 음악을 하려 했을 뿐”이라던 주윤하는 어느새 5년차 싱어송라이터로 묵직한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베이시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 변신
편곡·프로듀싱도 스스로…올봄 2집 발표
5년째 소극장 콘서트 ‘가을의 시작’ 열기도
“내 노래는 깊은 상실·외로움에서 출발…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 전하고파”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의 재능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11년 11월 발표한 첫 싱글 ‘헤이트’부터 1집 <온 더 웨이 홈>, 재즈 앨범 <재즈 페인터즈>, 올봄에 나온 2집 <카인드>까지 작사·작곡과 편집, 프로듀싱 모두 스스로 해냈다. 밴드시절 노래 70~80% 이상을 그가 작곡했으니 이제와 놀랄 일은 아니다. 또 토마스쿡, 이상순 등 밴드 멤버 못지않게 든든한 동료들이 그를 도왔다.

모던록에서 시작해 서정성 가득한 발라드, 신스팝, 재즈 등에 가닿은 그의 음악 여정도 남다르다. 사정이 있었다. “나름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뭐가 나에게 맞을지 빨리 답을 구하려 더 부지런히 음악작업을 했다.” ‘너에게 닿을 때까지’ ‘같이 있자’ 등이 수록된 2집은 그간의 시도들이 압축된 결과물이다. 그가 “오히려 1집보다 시작점에 있는 앨범”이라 말하는 이유다.

깊은 한숨인가 싶은 가만가만한 목소리도 그의 매력이다. 담담한 듯 따뜻한 시선이 녹아든 가사에 제격이다. “내 노래는 상실과 외로움에서 시작했다. 어릴 때 꾸던 꿈은 어느새 버려지고, 산다는 건 잃어버리는 것과도 같지 않나. 그럼에도 나는 희망을 꿈꾼다. 결국에는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 재즈앨범 수록곡 ‘이별을 말하는 너에게’에서 그는 “4월이 오면 이별을 하자/따스한 봄에게 널 보낼 수 있다면/난 맘이 놓일 것 같아”라고 노래한다. 삶을 덜 비루하게 만드는 이런 태도야말로 팬들이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일테다.

노래 속 주윤하의 말과 현실 주윤하의 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공연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월호, 가습기 참사 등에 대한 발언을 아끼지 않는다. “싱어송라이터가 사랑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회에서 일어난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작게나마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 함께 아픔을 나누면 당사자한테 위로도 되지만 동시에 우리를 보호하는 사회적 감성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싱글 ‘꿈꾸는 아이들’은 세월호 추모곡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위로가 필요한 곳에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노래다. 지난해 공연에서 세번을 불렀는데 세번 다 부르다 목이 메어 다시는 부르지 않으려 했단다. 금방 해결돼 더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길 기대도 했다. 진실은 아직 뭍에 올라오지 못했고 그는 올해도 ‘꿈꾸는 아이들’을 불렀다.

‘가을의 시작’ 공연장에 깔린 카페트는 주윤하가 직접 산 것이다. 향초 역시 평소 음악 작업할 때 종종 켜둔단다.
‘가을의 시작’ 공연장에 깔린 카페트는 주윤하가 직접 산 것이다. 향초 역시 평소 음악 작업할 때 종종 켜둔단다.
티브이에는 1년에 한두번밖에 안 나오는 그의 주요 출몰지는 공연장이다. 지난 9~11일 서울 홍대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린 ‘가을의 시작’은 1년중 그가 가장 공들이는 공연. 루시드 폴의 권유로 시작해 올해로 5년째다.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콘셉트인데 바닥에 깐 카페트, 향초까지 곳곳에 그의 취향이 묻어있다. “삶을 섬세하게 사는 사람들이 음악으로 위로받기 위해” 들르는 공연이다. 좀처럼 찾기 불편한 아티스트인 자신을 알아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난다. ‘가을의 시작’은 24일 대구 아트팩토리 청춘, 25일 부산 전람회의 그림, 새달 22일 제주 서귀포 에리두에서도 열린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사진 미래광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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