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한 동네 호모힐·후커힐·홀리힐을 무지갯빛 문화 해방구로!’ 오는 24~25일 이태원 우사단로12길 일대에서 열리는 ‘무지개 예술로 축제’(포스터)의 도발적인 구호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성소수자들의 골목에서 국내 첫 성소수자 예술마당을 기획한 이들은 역시 성소수자 예술가들의 모임인 ‘이쪽사람들’(대표 이승준)이다.
폭 4~5m에 약 100m 골목길인 ‘호모힐’은 198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난 게이바와 클럽들의 밀집 지역으로, 미군과 더불어 우리 사회 이방인들의 밤샘 유흥을 책임지던 ‘뒷골목 노는 공간’이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이태원이 대중적으로 개방되면서 이 거리 역시 비하가 섞인 ‘호모힐’ 대신 ‘게이힐’ 또는 ‘윗동네’로 불리며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퀴어문화창작그룹 이쪽사람들의 기획담당 김성진(문화기획&디자인 사람잇 공동대표)씨는 “2년 전부터 성소수자 인권과 퀴어문화에 관심있는 아티스트와 기획자들이 모여 5~20명 규모로 프로젝트 활동을 해왔다”며 “올 초 서울문화재단의 ‘복작복작예술로’ 사업에 선정되면서 게이힐을 지역의 공동체적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키자는 취지로 ‘이태원 무지개 예술로’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고 소개했다.
지난 한 달 가까이 인근 해방촌을 포함해 지역 예술가들을 찾아 나서는 네트워크 여정, 전문 아티스트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사진·영상 워크숍(사진), 거리미술 워크숍을 진행해 4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주말 축제에서는 워크숍 결과물 전시·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 레인보 아트마켓 등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플래시플러드달링스·키라라·히지양 등 퀴어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이 축하 공연도 펼친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15명의 축제운영팀이 주차장을 공연장으로, 골목길 담벼락을 갤러리로, 펍과 클럽을 문화예술 행사장으로 변신시킨다. 아이샵, 이반시티, 엑스앤엑스(XNX), 까만봉지, 딕쏘, 롤리팝, 더링크, 와이낫, 소호, 오즈, 미라클, 퀸, 잇미, 트랜스, 루킹, 르퀸, 호텔포차, 올웨이즈옴므 등에서 후원한다.
김씨는 “특이한 취향의 유흥·소비 공간에서 음악, 춤, 패션,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칵테일처럼 뒤섞여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공동체 공간으로, 이번 축제가 퀴어문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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