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막이 오른 극단 차이무의 <김정욱들>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정욱씨의 굴뚝농성과 6년여의 투쟁을 그렸다. 사진 차이무 제공
70m 굴뚝 위에서 89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정욱씨의 굴뚝농성과 6년여의 투쟁이 연극이 됐다. 지난 23일 막이 오른 극단 차이무의 <김정욱들>이다. 사회의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김정욱’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대본은 김정욱씨와 <한겨레> 이재훈 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바탕으로 했다.
연극은 묻는다. 왜 우리 사회는 크레인 위로, 종각으로, 철탑 위로, 굴뚝 위로 사람들을 내모는가? 그리고 연극은 말한다. “우리 모두는 김정욱이다!” 왜? 우리 모두는 어느 순간 또 다른 ‘김정욱’이 될 수 있기에.
2014년 12월13일, 쌍용차 노동자 김정욱씨와 이창근씨는 ‘해고로 인한 희생자 26명의 명예회복과 187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평택 쌍용차 공장 굴뚝 위로 올랐다. 김정욱씨는 89일 만인 2015년 3월11일, 이창근씨는 101일 만인 3월23일 굴뚝에서 내려왔다. 2011년 10월11일, 평택 쌍용차 희망퇴직자의 빈소에서 이 기자는 상주를 맡았던 김정욱과 처음으로 만났다.
2015년, 이 기자는 굴뚝농성을 끝내고 내려온 김정욱을 다시 찾는다. 이번에는 김정욱을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재훈과 김정욱의 ‘덤덤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인터뷰 사이사이 김정욱의 근황과 과거 행적 그리고 대량해고에 따른 피해들이 콜라주처럼 배치된다. 인터뷰 후반부에 김정욱은 굴뚝 위에서 겪은 극한 농성의 상처들을 털어놓는다. 높이 70m 위에서의 굴뚝농성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덤덤히 풀어낸다.
연극에서 이들이 얼마나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상징하는 대사가 있다. “평택 시내에서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쌍용차 작업복을 입은 사람과 안 입은 사람. 작업복만 입으면 내 위치와 자부심 그런 게 생겨.”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역시 굴뚝 위 장면. 이창근은 김정욱에게 말한다. “내 이창근, 내가 니다. 내가 김정욱 니다. 내, 김정욱 니라고.” 이창근은 울먹인다. “이창근과 김정욱은 하나다. 모든 노동자는 하나다.”
지난 23일 연극을 관람한 실제 인물 김정욱씨를 잠깐 만났다. 김씨는 “제 얘기를 하는 게 힘들었고,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었어요”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김정욱이 그냥 김정욱 하나가 아니듯, 쌍용차 문제도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용산참사,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문제와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다.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노동자들도 있지만 용산참사 유가족들, 밀양 송전탑 문제, 강정 해군기지 문제 등 수많은 사람이 자기 공간에서 쫓겨나고 내몰리는 게 삶의 현실이잖아요. 이 연극을 보면서 함께 보듬을 수 있는 게 어떤 마음인지 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나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거 아닌가요?”
극단 차이무의 <김정욱들> 출연 배우들은 기자 역할을 빼고는 모두 김정욱을 연기한다. 사진 차이무 제공
<김정욱들>에 나오는 배우는 모두 8명이다. 기자 재훈 역을 뺀 7명은 모두 김정욱 역할을 한다. 모두 ‘김정욱들’이기 때문이다. 이재훈·김정욱의 원작을 바탕으로 민복기가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출연 오용, 송재룡, 이중옥, 공상아, 추민기, 류성훈, 송정헌, 김명선. 10월2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02)747-101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원작 김정욱 인터뷰를 보시려면 : “나는 굴뚝 위에서 망가졌다…비참하게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