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전공뒤 20년전 어학연수
박물관학에 끌려 석·박사 학위까지
10년째 한국 고미술 갤러리 운영
올들어 한국 현대작가들 초대전도
오만철 작가 ‘도자화’ 소개해 호평
“중·일에 비해 낯설어 더 호기심”
박물관학에 끌려 석·박사 학위까지
10년째 한국 고미술 갤러리 운영
올들어 한국 현대작가들 초대전도
오만철 작가 ‘도자화’ 소개해 호평
“중·일에 비해 낯설어 더 호기심”
영국 런던 한컬렉션 박진수 대표
‘How brilliant is the love of clay and fire’(흙과 불의 사랑은 얼마나 눈부신가). 20년 넘게 ‘도자화’라는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오만철(53·오른쪽) 작가가 영국에서 첫 초청 개인전을 열고 있다.
새달 1일까지 예정된 전시회를 위해 현지에 머물고 있는 오 작가는 “지난 22일 개막 행사에 대영박물관 관계자 등 현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고 작품 판매도 기대 이상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29일 전해왔다.
본차이나의 고향이자 고미술의 세계적 중심인 런던에서 오 작가의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인물은 전시 장소인 한컬렉션의 박진수(47·왼쪽) 대표다.
그는 세계적인 권위의 대영박물관 바로 앞에서 한컬렉션을 운영하며 한국의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유럽에 소개하는 전문 컬렉터로 자리잡고 있다.
김경애 기자
“오 작가와 개인적 인연은 전혀 없었고요, 지난 봄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우연히 작품을 보고, 우리 고미술품과 잘 어울리면서도 유럽에 없는 새로운 장르여서 소개하게 됐습니다.”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전화 인터뷰에서, 그 자신 1988년 동국대에 입학해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95년 대학 졸업 뒤 어학연수를 위해 런던에 왔던 그는 대영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듣고 흥미를 느껴 아예 박물관학 석·박사 학위까지 땄다. 그는 뉴데이즈 갤러리 실장을 거쳐 2006년 런던 남서부 쪽에 한컬렉션을 열었다.
“전직 외교관 등을 통해 유럽에 나와 있는 한국 고미술품을 수집하고 감정해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국내외 박물관에 납품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특하고 우수한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한컬렉션을 런던 중심부인 대영박물관 앞으로 옮겨 2층으로 넓혀 개관한 그는 올해부터 고미술품만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도 소개하고 있다. 지난 4월 첫번째로 서양화가 이성구의 비구상작들을 ‘자연으로부터’ 주제로 선보였다.
“유럽 미술시장에서는 작가의 명성이나 학벌 같은 배경과 상관없이 오로지 작품만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무명의 새로운 작가나 작품에 더 흥미를 보이죠.”
박 대표는 “이번에 ‘반추’란 제목으로 국보급·보물급 명품 도자기와 장승을 동양화 질감으로 재현해낸 오 작가의 작품들은 워낙 처음이어서 호기심을 보이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트 프라이스> 등 현지 전문매체에서 오 작가 인터뷰를 소개하고 대영박물관 쪽에서 공동 전시기획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미대 동양화과를 나와 단국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오 작가는 경기대 대학원에서 고미술 감정도 연구해 박 대표와 공감의 폭이 컸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 미술은 여전히 유럽에서 낯선 세계여서, 역설적으로 가능성이 큽니다. 선비정신이 담긴 ‘사군자’ 같은 고서화나 나전칠기·옻칠공예품들이 대표적이죠.”
박 대표는 다만, 조선시대 ‘사농공상 서열’에 따라 장인들을 천시했던 탓에 고서화나 골동품에 낙관이 거의 없어 세계 시장에서 진품 감정의 공신력을 인정받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외국에서 수집한 우리 고미술품을 국내에 반입해 소개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재관리법에서 60년 이상 된 고미술품은 허가 없이 유통시킬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정작 연도나 진위 감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통관 절차나 세금 문제가 복잡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는 28일 개막한 ‘헤이그 셀렉션스 페어’ 등 유럽내 앤티크박람회에 적극 참가하는 등 한국의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의 맥을 유럽과 세계에 이어주는 교두보 구실을 계속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오 작가의 ‘반추’ 전시는 새달 2~7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2016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와, 5~15일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도 이어진다.
ccandori@hani.co.kr, 사진 한컬렉션 제공
박진수 한컬렉션 대표와 오만철 작가.
오만철 작, 반추 1.
오만철 작, 반추2.
오만철 작, 반추 3.
오만철 작, 반추 4.
9월22일 영국 런던 한컬렉션에서 열린 오만철 도자화 전시회 오프닝 행사.
연재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