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애덤스 작곡의 <셰이커 루프스>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다이브>를 선보이는 정수동(맨 왼쪽) 안무가와 무용수들.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하나의 음악에 두 개의 춤. 미국의 포스트 미니멀리즘 작곡가 존 애덤스의 <셰이커 루프스>(Shaker Loops)를 정수동과 이해준이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다. <오케코레오그래피>(Orchestration&Choreography)라는 제목으로, 국립현대무용단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손을 잡고 공동제작한 국내 안무가 초청 공연이다.
존 애덤스는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 필립 글라스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미술에서처럼 음악에서 미니멀리즘은 소수의 음들을 이용해 무한 반복하는 음악이다. 하지만 이후 애덤스는 스스로를 ‘미니멀리즘에 싫증난 미니멀리스트’라고 불렀다. 그는 1978년 출세작 ‘셰이커 루프스’를 발표했다. 짧은 멜로디를 반복하고 간격을 조정해 음을 순환시키는 미니멀리즘의 방식을 따르되, 클래식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낭만적 감수성을 담은 곡이다.
발표 당시 현악 7중주였지만, 1983년엔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4개 악장에는 부제가 붙었는데, 1악장 ‘동요와 떨림’, 2악장 ‘찬송’, 3악장 ‘고리와 시’, 4악장 ‘마지막 동요’다. 제목처럼 음의 동요(Shaking)로 시작해 다시 동요로 돌아오는(Loops) 형식이다.
하나의 음악은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두 개의 춤이 될까. 안무가의 입장에선 ‘배틀 하듯’ 하나의 음악을 각각의 춤으로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울 것이다. 두 안무가의 서로 다른 사유와 움직임이 곧바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먼저 정수동 안무의 <다이브>(Dive). ‘물속으로 뛰어든다’라는 뜻의 제목은 무허가 술집, 사창굴, 도박장 같은 쾌락과 비일상적인 안식의 공간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뛰어드는’ 행위를 통해 안무가는 일상의 몸과 의식이 얼마큼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포착한다. 정수동은 국내뿐 아니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싱가포르 등에서도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용수는 김모든, 박명훈, 이주미, 정수동, 박정휘, 최정윤이 출연한다.
<셰이커 루프스>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리플렉션>을 무대에 올리는 이해준(의자에 앉은 이) 안무가와 무용수들.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다음으로 이해준의 <리플렉션>(Reflection). 프랑스 시인 랭보의 시 <영원>을 모티브로 했다. 시에서 용해되고 충돌하는 에너지는 존 애덤스의 반복 순환고리와 병치된다. 이해준은 일본과 미국 등 국내외 유수의 상을 받으며 무용수 및 안무가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무용수는 류석훈, 박관정, 안영준, 이윤경, 조윤정, 최은지가 출연한다.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은 ‘접속과 발화’라는 시즌 주제 아래,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른 국립예술단체와 적극적으로 협업을 시도해왔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과의 협업으로 발레·오페라 전문 오케스트라로 인정받는 코리안심포니는 이번 국립현대무용단과의 첫 공동제작을 통해 공연예술 레퍼토리를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코리안심포니는 ‘신선한 도전’에 적극적이다. 주요 단원들인 이정일(악장), 이지수(제1바이올린 수석), 박진희(제2바이올린 수석), 여수은(비올라 수석), 윤지원(첼로 수석), 노설아(첼로 부수석), 이재준(더블베이스 수석)을 참여시킨다. 지휘는 천안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구모영이 맡는다. 공연 시간은 각각 30분으로 중간에 10분 휴식한다. 7~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3472-1420.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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