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마당극 <천강에 뜬 달>을 초연하는 마당극패 우금치의 <쪽빛> 공연 모습. 사진 우금치 제공
1300년 전 신라, 1980년 광주, 2014년 진도 앞바다, 2016년 서울. 수로부인, 벌거숭이 임금님, 망월동 할매, 세월호 등 이 마당에서 저 마당을 넘나드는 마당극이 제대로 한판 난장을 벌인다.
마당극패 우금치의 <천강에 뜬 달>이 오는 6~8일 저녁 8시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 특설무대에 오른다. 비극의 현대사와 동시대 한국의 참담한 자화상을 ‘하나의 달과 천 개의 그림자’로 상징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프롤로그와 8개 마당으로 짠 작품의 얼개는 백성의 아우성에 아랑곳하지 않는 벌거숭이 임금님을 바탕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망월동 할매, 보험회사 직원 정동수의 아들의 죽음, 그리고 사드 한반도 배치까지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한 꿰미로 엮는다. 네 방향에서 볼 수 있는 특설무대를 설치하고 입체적인 구성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장면 전환을 시도했다는 게 마당극패의 설명이다.
26년 동안 우금치를 이끌어온 류기형 예술감독(극작·연출)은 ‘세태풍자극’을 강조했다. “(1970~90년대를 휩쓸던) 마당극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당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관객과의 소통이다. 그런데 마당판의 세태풍자보다 더 재미있는 오늘의 현실은 오히려 해학과 풍자에 기반을 둔 마당극을 고민스럽게 한다”고 운을 뗐다. 류 감독은 “5·18의 시대정신을 표현하며 국가폭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세월호와 맞닿았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빼놓을 수 없어 결국 ‘이상한 세상의 세태풍자극’이 됐다”라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문화재단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공연 상설화사업의 하나로 모든 좌석이 무료다. 단체관람을 예약하면 광주비엔날레를 30% 할인된 값에 볼 수 있다. <천강에 뜬 달>은 11월9~12일 대전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광주문화재단 (062)670-7943, 우금치 (042)934-9394.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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