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음반으로 낸 정경화가 5일 서울 강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녹음과정과 음악인생을 폭 넓게 얘기했다.
“13살 때 미국에 유학을 가 줄리아드음대의 이반 갈라미언을 만났어요. 그때부터 바흐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바흐를 놓은 적 없습니다. 그 꿈을 55년이 지나 이뤘네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마쳤으니,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8)가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워너클래식) 전곡을 2시디(CD) 앨범으로 발매했다. 소나타 3곡, 파르티타 3곡 등 모두 6곡으로, 연주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5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2005년 정경화는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잡을 수 없었다. 안타까운 5년이 흐른 뒤, 기적이 일어났다. 회복불가능해 보이던 부상에서 벗어나 2010년 무대에 복귀했다. 2012년부터 ‘평생을 별러 온’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준비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 음반이다. 정경화는 1974년 6곡 중 일부를 녹음한 적은 있었지만, 전곡 녹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부를 녹음한 지 42년 만에, 바흐를 공부한 지 55년 만에 전곡 녹음이 완성된 것이다.
“기적입니다. 올해로 바이올린을 63년째 연주합니다.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녹음하는 것은 제 오랜 꿈이었죠. 녹음 과정에서 과거 부상당했던 왼쪽 검지 손가락 인대에 염증이 생겨서 회복하고 있습니다만 끄떡없습니다! (웃음) 무대 조명이 꺼지면 탈진해 쓰러지더라도 무대에 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가 15년 만에 낸 앨범인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의 재킷.
정경화에겐 이번 앨범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15년의 공백을 깨는 앨범 발매이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음반은 2001년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녹음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4년 동안 집중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올해 1월부터 리코딩에 들어가 6월에 에디팅을 마쳤는데,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찼어요. 녹음하는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했지만, 꿈인지 현실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정경화는 음악을 녹음할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몇 년간 물색했다. 마침내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의 성 조지 교회를 찾아내 “이상적인 바흐의 바이올린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오랜 파트너이자 그래미상 수상자인 프로듀서 스티븐 존스가 바흐의 사운드를 완성하는 데 힘을 합쳤다.
녹음에 사용한 바이올린은 바흐가 활동하던 시절 만들어진 1734년산 ‘과르니에리 델 제수’다. 정경화는 11월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번 음반에 실린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난다. 1544-155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워너클래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