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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극작가 배삼식, 공연은 사라져도 대본은 남는다

등록 2005-11-02 18:38수정 2005-11-03 14:41

무대위아래사람들

대본은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공연예술을 무대화하는 밑그림이고 설계도이다. 훌륭한 공연은 숙련된 배우나 걸출한 연출가에 의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대본 없이는 불가능하다.

배삼식(35)씨. 연극계에서 흔히 ‘배 작가’로 통한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재치있는 작품해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원작의 묘미를 살리면서 한국어로 옮기는 각색 능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대사를 맛깔나게 치는 솜씨가 빼어나다.

그는 1998년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시작으로 <정글이야기> <최승희> <마당놀이 삼국지> <허삼관 매혈기> <벽속의 요정> 등의 대본을 쓰거나 각색작업을 해왔다.

지난달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국내 첫 선을 보였던 노다 히데키의 걸작 <빨간 도깨비>를 한국식으로 각색했던 것도 그였고, 18일부터 서울 장충체육관 무대에 오르는 <마당놀이 마포 황부자>의 창작대본도 그의 솜씨다.

“대본은 공동작업을 위한 밑그림입니다. 공연의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가는 대본을 독립적인 문학작품으로서 여기기도 해요. 공연은 사라져도 대본은 남는다고도 하지요. 그래서 자기의 언어에 대해 고집을 피우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그런 편이지만….”

2003년과 2004년 공연된 <허삼관 매혈기>는 그의 탁월한 각색 솜씨를 연극계에 널리 알린 작품이었다. 중국의 현대 작가 위화의 장편소설을 1시간 40여분 공연분량의 연극대본으로 각색했는데 박진감 넘치면서 군더더기없는 극 진행과 감칠 맛 나는 국산 토박이말 대사가 관객들과 심지어 배우들까지도 포복졸도하게 만들었다.

그는 서울대 인류학과 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배우로, 연출가로 연극판을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그닥 열정은 없었다. 오히려 1996년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 제대 후 “후배에게 등 떠밀려” 1998년 한국예술종합학교(예종) 연극원 극작과에 들어가면서 연극에 애착을 느끼기 시작했다.


재학시절인 1998년 브레이트 원작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각색해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연출 김석만 예종 교수)라는 이름으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듬해에는 처음으로 첫 창작극 <11월>을 발표해 서울공연예술제에서 윤정섭 예종 연극원 교수의 연출로 공연했다.

“원작 묘미에 독특함 가미” 공연 설계도 만드는 장인

“초기작인 <11월>과 <오랑캐 여자 옹녀>가 세련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도 취약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흥행성이나 무대적인 제약에 길들여져서 점점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 부분이 외려 그 작품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올 5월 영국 작가 대니얼 키스의 소설 <알자논에게 꽃다발>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철수 이야기>로 연출가로도 깜짝 데뷔했다. 그러나 “제 생각을 현실화시키는 데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은 연출에 손을 떼고 글 쓰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2004년부터 중앙대 안성캠퍼스 국악대 음악극과에서 연극연기, 연극이론 등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나를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기술자인 것같다. 대본작가라는 뜻의 플레이 라이트(play wright)의 라이트에는 수공업적인 장인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처지를 여러가지 형식을 다양하게 경험해보는 단계라고 했다. 대중적인 것에 묻히기 전에 자신이 바라던 고유한 양식과 형식을 찾아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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