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시라노 드 베르주락> 연습 장면. 김철리 감독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층 연습실에서 배우들을 상대로 극의 진행을 설명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좁고 쪼들리던 소극장 벗고 13년만에 중극장으로
다시 연출 맡은 김철리 “넓은 무대 최대한 활용”
다시 연출 맡은 김철리 “넓은 무대 최대한 활용”
프랑스 낭만 희극 <시라노 드 베르주락>을 다시 연극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연출가 김철리(52)씨가 13년만에 다시 연출을 맡았다. 무대는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옮겨 왔다. 지난 1992년 동숭동 학전 소극장의 작은 무대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으로 바뀐 것이다.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원작의 내용을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시각적 변화를 추구할 겁니다.” 김 감독은 당시 이 작품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았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연이었다. 공간은 좁고 예산마저 쪼들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쫓기듯 만들었다. 예술의전당이 ‘토월 정통연극 시리즈’ 네번째 작품으로 <시라노…>를 하자고 했을 때, 선뜻 수락한 것도 그런 아쉬움을 풀어보려는 생각에서였다. “예전에는 아무래도 제가 젊었으니까 웃기는 쪽으로 많이 치우쳤지요. 이번에는 사회의 불합리성을 질타하는, 분노에 찬 인간의 순수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재미와 메시지를 함께 전하려고 합니다.” 김 감독은 번역과 각색, 배우까지 섭렵하고 있는 전천후 연출가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으며, 내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으로 일할 예정이다. 지금은 <목화밭의 고독속에서>(10월5일~11월6일)의 배우로서 매일 저녁 신촌 산울림 소극장 무대에 선다. 지난 한달 동안 배우와 연출을 동시에 소화해 낸 셈이다.
연극 <시라노 드 베르주락>의 한 장면. 왼쪽부터 시라노(최규하), 크리스티앙(오동식), 록산느(이안나), 드기슈(전진기). 예술의전당 제공
이번 공연의 특징은 연기지도 담당을 따로 둔 것이다. 지난 1992년 <시라노…>에서 김 감독과 함께 조연출로 일했던 오순한씨가 이번에는 연기지도를 맡았다. 오씨는 러시아 국립연극원(TUTC)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국립예술대학(GITIS)에서 연극연출로 박사 학위를 땄다. 지난 99년 ‘극단 열린’을 창단한 뒤 연기지도에 매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 배우들은 발성이 약한 편이라 중극장에서 공연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오순한씨는 발성과 언어표현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는 구실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11월8일∼27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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