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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진상규명 ” 80여개 연극단체 ·극단 뭉쳤다

등록 2016-10-16 16:03수정 2016-10-16 22:08

16일 성명 내고 청문회·국정조사·책임자 처벌 요구
이번주초 기자회견·연극인 회의 열고 투쟁방향 논의
지난해 10월 3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팝업씨어터 공연을 방해하고 취소하자 연극인들이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앞에서 ‘진실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손준현 기자
지난해 10월 3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팝업씨어터 공연을 방해하고 취소하자 연극인들이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앞에서 ‘진실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손준현 기자
<한겨레> 등 언론보도와 국정감사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연극계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연극인들은 이번주초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지원사업 신청 보이콧 등을 투쟁방향을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문화연대의 청문회 요구에 이어 블랙리스트에 대한 예술·시민단체의 저항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 현대극페스티벌집행위원회 등 80여 연극단체와 극단은 16일 성명을 내어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지원금 심사 등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가 실체를 드러냈다”며 “세월호 시국선언이나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 등으로 예술가들을 탄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야만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성명에서 연극인들은 △국회 청문회 및 국정 조사를 즉각 실시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작성자 즉각 처벌 등을 요구했다.

성명 작업에 참여한 김수희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예술감독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우리가 6월부터 릴레이공연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벌인 것도 블랙리스트와 정치검열 때문이었다. 우리는 국회에 청문회를 열어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해왔고, 이번에 블랙리스트 실체가 드러나면서 다시 성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연극인들은 이번주초 기자회견과 연극인 회의 등을 열어 구체적인 투쟁방법을 정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논의중인 투쟁방향에 대해 △창작자들의 예술위 지원사업 신청 보이콧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 등 예술위 운영 극장 공연 거부 △평론가들의 예술위 심사(심의) 참여 보이콧 △극장 밖에서 시민들과 연대투쟁 등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극장 안에서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맞서 싸웠다면 ‘이제 극장 밖으로 나가 블랙리스트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전문 ]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연극계 성명서

“블랙리스트”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를 요구한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명단을 작성하고 각종 지원금 심사 등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다. 도종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청와대 지시로 9437명의 명단이 적힌 문건이 A4용지 100장이 넘는 분량으로 작성되어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왔으며 문체부와 문예위는 이를 근거로 명단에 있는 예술인들을 지원금 심사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의 각 분야에서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 비추어 볼 때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어찌 보면 그리 큰 충격이 아닐 수도 있다. 블랙리스트의 대상이 단지 예술인들만을 대상으로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예술인들에 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작성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의 각종 기본권을 매우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를 융성하기는커녕 그 기초마저 야만적으로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블랙리스트”라는 것의 작성 근거를 살펴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커다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블랙리스트 작성 근거로 삼은 것은 2012년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예술인,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를 선언한 예술인, 세월호 시국 선언 및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를 선언한 예술인 등이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부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선출된 정부에 민주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제도이다.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선거권을 가진 시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시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부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부이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후보를 공개 지지한 뉴욕타임스도 블랙리스트로 작성해두었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 또한 대한민국 국민 304명이 무고하게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 법령으로 마땅히 폐기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요구는 동시대 시민의 책임이지 창작의 자유에서 불이익을 받을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는 예술인들에게는 창작의 자유 실현과 연동 되어 있는 창작 지원금 배제를 수단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국난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면서 국민 전체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공무원 의식을 잃어버린 행정 관료들의 묵인과 방조, 협력 행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 방기로 이미 대한민국 정부로서 정당성을 극심하게 상실하였으며, 나라 곳곳은 병들고 민심은 흉흉하기 이를 데 없다. “이게 나라인가”라는 한탄이 나라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또다시 커다란 국난에 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실태 앞에서 “그럴 줄 알았다.”며 무기력감이나 자조를 토로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이를 직접 작성하거나 실행한 자들을 즉각 공직에서 파면하고 법에 따른 처벌을 가할 것을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강력하게 요구한다. 국회도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존중하여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총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 즉각 청문회 및 국정 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예술인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전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삶의 질적 고양과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회는 청문회 및 국정 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하나. 사법 당국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작성한 자들을 즉각 처벌하라.

하나.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한 자들은 즉각 진실을 고백하라.

2016년 10월 16일

(참여단체)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 금천연극협회, 동작연극협회, 연극인부모협동조합, 창작집단 독, 현대극페스티벌집행위원회, 혜화동6기동인

(참여 극단)

가극단 미래, 공상집단 뚱딴지, 공연연구소 탐구생활, 그린피그, 극단 경험과 상상, 극단 고래, 극단 고릴라, 극단 골목길, 극단 김장하는 날, 극단 노마드, 극단 노을, 극단 녹차, 극단 놀땅, 극단 달과 아이, 극단 달나라동백꽃, 극단 돌파구, 극단 동, 극단 루트21, 극단 맨씨어터, 극단 몽상공장, 극단 몽씨어터, 극단 문, 극단 미인, 극단 바람풀, 극단 바바서커스, 극단 백수광부, 극단 불의 전차, 극단 빠다밥, 극단 사개탐사, 극단 사니너머, 극단 산, 극단 산수유, 극단 새벽, 극단 신세계, 극단 씨어터컴퍼니 오, 극단 아어, 극단 앙상블, 극단 애인, 극단 연우무대, 극단 완주무늬, 극단 우인, 극단 유목민, 극단 이야기가, 극단 전화벨이 울린다. 극단 제자백가, 극단 지구연극, 극단 진동, 극단 차이무, 극단 창세, 극단 창파, 극단 척, 극단 청년당, 극단 초인, 극단 크리에이티브VaQi, 극단 파수꾼, 극단 퍼포먼스 온, 극단 행, 극단 행복한사람들, 극단 혜동바위, 극단 후암, 극발전소 301, 금천마을극단 파란, 노래극단 파랑새, 드라마팩토리, 드림플레이 테제21, 디렉터그42, 몸소리 말 조아라, 뮤지컬창작극단 영, 상상만발극장, 소년의 서, 양손프로젝트, 연극집단 반, 예술공동체 단디, 창작집단 LAS, 창작집단 곰, 프로젝트그룹 쌍시옷, 호모루텐스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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