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수변무대에서 열린 이승환의 ‘차카게 살자-언중유곡’ 공연에서 팬들이 화장지를 날리며 환호하고 있다.
이승환이 8시간 27분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빠데이 공연’ 일주일 뒤 다시 무대에 섰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후원을 위해 16년째 이어온 ‘차카게 살자’ 공연이다. 15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수변무대에서 열린 이날 공연은 유시민 작가, 시사웹진 <얼트>의 구현모 편집장, 주간지 <시사인> 주진우 기자, 강풀 웹툰작가 등을 이야기 손님으로 불러 ‘차카게 살자-언중유곡’이란 콘셉트로 진행되었다.
이날은 이승환이 데뷔 27주년을 맞이한 날이기도 했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으로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은 모두 서서 그를 맞아주었다. ‘물어본다’를 부를 때 관객들은 화장지를 뿌려 장관을 연출했고, 앙코르 무대에서는 ‘100세까지 새벽고딩’ ‘세젤잘 세젤잘 우리 오빠’ ‘응답하라 1989.10.15’ 등의 손팻말을 들어 축하해주었다.
특히 이날 주진우 기자의 순서에 개그맨 김제동이 깜짝 출연해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과 국방장관 등이 자신이 지난해 7월 텔레비전에서 ‘군대 영창’ 발언을 한 것을 문제 삼고 보수단체가 고발까지 한 상황에 대해, 그는 “입 닫으라고 한다고 닫을 사람 아니다”라고 말해 관객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의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의 방송 발언의 꼬투리를 잡아 정치인들이 진위 공방을 벌이는 상황을 농담 소재로 삼아 좌중의 웃음을 이끌었다. “어머니가 20년을 다니시던 절을, 아니 20년이 아닌가 19년인가, 정확해야 되는데, 수십년이라고 하죠. 절에 다닐 때 소매치기를 당해서 어머니가 저한테 ‘집안 종교가 두개라서 그렇다’라고 했다. 발언이 정확하진 않고, 그런 뉘앙스로 그렇게 말했다.”
이승환 역시 ‘폴 투 플라이’의 ‘꿈은 이루어질 거예요’를 이어나가던 중 “이 노래로 힘을 얻었다는 분이 많으신데, 사실은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노력한다고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던 노래”라고 입을 떼고 “(차카게 살자 공연을) 16년을 하고 있지만 협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 800억을 뚝딱 주는 분들이 계시던데, 여기 80만원만 줘요”라며 최근 설립과 모금 과정에 문제가 불거진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을 빗대기도 했다. 이승환은 “‘제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없는 이유’에 대한 블로그 글도 보았다. 아마 열성적인 팬들이 무서워서 그런 것 같다”는 소신 발언도 이어갔다. 이승환은 “음악과 공연을 통해서 건재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저 다 안녕’과 ‘10억 광년의 신호’를 공연 마지막에 불렀다. 두 곡은 준비 중인 <폴 투 플라이-후> 앨범의 선공개곡이다.
‘차카게 살자’ 공연은 2001년부터 이어온 최장기 자선공연으로 바자회와 공연 수익금 전액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쪽은 공연장에서 기부금을 전달받으며 “16년 전 어떤 한 정기기부자의 선행으로 시작해 많은 소아암 환자들이 도움을 받았다. 그 한 명이 이승환씨”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해 이승환은 영화감독 류승완 , 주진우 기자, 김제동, 강풀 작가와 함께 ‘차카게 살자’ 재단을 발족했으며 인디뮤지션 공연을 지원하는 ‘프리프롬올’도 계속하고 있다. 국제음악축제 잔다리페스타에서는 올해 키워드를 ‘리스펙트’(respect)로 정하면서 ‘존중의 인물’로 이승환을 선정하기도 했다.
글·사진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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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이승환의 ‘차카게 살자-언중유곡’ 공연 무대에 깜짝 출연한 개그맨 김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