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트홀 공의 외벽을 뚫고 배기관 파이프 다발을 늘어뜨린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의 설치작업 ‘파이프드림’.
서울 목동 가는 길목인 양평 전철역 부근은 오래된 금형공장 밀집지대다. 최근 이 지역 한가운데에 높이 솟은 굴뚝이 인상적인 예술공간이 생겼다. 양은냄비 공장이었다가 작가 예술공장으로 탈바꿈한 인디아트홀 공이다.
지난 18일 저녁 불 켜진 아트홀 들머리 계단을 밟고 2층 공간으로 올라갔다. 쿵쿵거리는 부근 공장의 해머 소리와 기계 냄새가 진동했다. 아트홀 외벽의 구멍에서 배기관 다발이 촉수처럼 늘어뜨려져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풍경이 먼저 다가왔다. 중국 건축사무소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가 만든 배기관 설치작업이다. 전시장 안에도 미술관, 화랑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작업들이 즐비하다. 오스트리아 빈의 전봇대, 화단 시설물 속에 춤꾼들이 시체처럼 널브러지거나 끼어 들어간 퍼포먼스를 담은 빌리 도르너의 영상과 서울 거리들의 냄새를 시적인 텍스트에 담아낸 이아람 작가의 기록물, 60~70년대 국내 주택들의 타일 문양을 수집해 스티커로 만든 프랑스 작가 줄리앙 코와네(쥘리앵 쿠아녜)의 작업 등이 ㄱ자형 동선 안에 잇따라 펼쳐졌다.
이 독특한 도시작업들은 젊은 기획자 심소미씨가 11개국 17팀의 작가들의 서울 도시개입 작업들을 모아서 꾸린 ‘마이크로시티랩’전(30일까지)의 출품작들이다. 서울 틈새 공간 속에 숨어들어 자기들만의 꿍꿍이를 펼쳐낸 젊은 예술가들의 난장들을 모았다. 하지만 완성품을 선보이는 건 아니다. 철거촌, 변두리 골목, 거리 등 서울 시내 14곳에 작가들이 들어가 현장을 관찰하고 수집, 의미짓기 등의 여러 행위들을 벌인 결과물들을 계속 쌓으면서 보여주는 현재진행형 전시다. 재개발로 허물어지거나 사라질 도시 이면의 다층적인 장소, 사건, 흔적들을 작가 나름의 상상력으로 드러내려는 작업들이 많다. 그러니까 전시장은 작가들의 변화해가는 도시 개입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일종의 중계센터가 되는 셈이다. 기획자는 “대도시의 거대한 스펙터클에 가려진 작은 시공간과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작가들의 개입과 실천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전시 누리집(microcitylab.com)을 통해 이달 말까지 열리는 작가들과의 답사·워크숍·토론에도 참여할 수 있다. (02)2632-8848.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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