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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윤택, 흉가에서 꿈꾸는 ‘연극 양산박’

등록 2016-10-30 16:10수정 2016-10-30 20:50

연희단거리패 30돌 맞아
복합공간 ‘30스튜디오’ 개관
“대화하고 소극장운동 부활”
지난 27일 서울 명륜동3가 ‘30스튜디오’ 개관 전야 행사에서 소감을 밝히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지난 27일 서울 명륜동3가 ‘30스튜디오’ 개관 전야 행사에서 소감을 밝히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올 가을께 젊은 연극인들이 모이는 소굴, 양산박을 만들 예정입니다. 소극장으로 숙식과 작업을 함께하는 극단 공동공간입니다. 훈련과 워크숍, 세미나, 책읽기 공간으로도 쓸 생각입니다.” 지난 2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말대로 됐다. 연희단거리패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명륜3가에 ‘30스튜디오’를 공식 개관했다. 창경궁과 성균관대 사이에 70석 소극장과 함께 숙소와 카페를 갖췄다. 적자가 쌓인 혜화로터리 근처 80석 게릴라극장을 매물로 내놓는 대신, 옮겨온 이곳은 막다른 골목인데다 중국인 유학생이 화재로 숨진 흉가 터다. 연희단거리패도 ‘막다른 골목’처럼 절박한 처지다. ‘30’은 극단을 만든 지 30돌이라는 뜻이다.

개관에 앞서 27일 저녁 30스튜디오 ‘집들이’가 있었다. 철골 복층 구조 2층에서 놀이패 차림의 단원들이 내려왔다. 앞길을 축원하는 ‘비나리’와 액을 쫓는 ‘씻김굿’ 판이 거하게 벌어졌다. 제상의 돼지머리엔 만원짜리 지폐가 수북이 꽂혔고, 집들이 떡을 나눠 먹는 입들은 귀에 걸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출가인 이 예술감독은 “연극의 힘은 대화입니다. 공연 보러 오는 이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소극장 운동을 되살리고 싶어요. 연극이 잃어버리고 있는 집단성, 역사성 그리고 제의성을 살리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곳을 샀다니까 모두 놀라요. 흉가, 귀신 나오는 집이라는 거죠. 중국인 유학생이 숨졌고, 건물은 불타서 다 으스러졌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연극을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이 예술감독은 흉가 터에서 ‘연극 소굴 양산박’을 꿈꾼다. 흉가는 그의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보여준 구시대의 폐허이며, 양산박은 그 폐허 위에 세우는,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상징되는 새로운 비전으로 볼 수 있다.

“30스튜디오에서는 콘셉트가 있는 공연을 선보일 겁니다. 이유가 없는 공연은 하지 않을 거예요. 공연은 금토일만 해도 됩니다. 월화수목은 쉬는 거죠. 워크숍, 세미나, 리딩을 하는 겁니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객석이 적어 상업 공연은 할 수 없지만 사람 향기, 예술 향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앞날을 그렸다. 개관기념작으로 11월 1~4일, 11~13일, 18~20일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서울시민 1919>를 이윤택 연출로 올린다. (02)763-1268.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연희단거리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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