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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평화롭게 ‘분노’ 표현하는 한국인 수준 부럽기만 해요”

등록 2016-11-14 19:09수정 2016-11-15 15:58

터키 해직언론인 알파고 시나씨
12년째 겪은 ‘한국생활백서’ 소재
두번째 ‘스탠딩 코미디’ 공연도

“선배님, 아시다시피 우리 언론사가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한국 정치에 문제 많다해도 부럽게만 보여요. 분노한 국민이 합법적으로 분노 시위를 하고, 경찰은 막지 않고, 시위자들도 폭력을 행사 하지 않았어요. 이런 모습이 민주주의 의식을 그대로 보여줘요. 이런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은 당분간 문제 없이 지속적으로 민주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발전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12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100만 촛불 시위 현장을 내내 지켜본 터키 출신 알파고 시나씨(29·사진)는 남다른 감회를 토로했다. 그는 ‘자의반 타의반’ 망명한 해직 언론인이기 때문이다. 2010년 터키 내 최대 민영 통신사인 <지한통신>(CNA)의 첫 한국 주재 터키 언론인이 된 그는 6년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정세에 대한 기사를 보도해오다 올들어 터키 에르도안 정부의 언론탄압으로 지한통신사가 강제 폐쇄되면서 해직됐다. 한국 기자들을 ‘선배님’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1년 전부터 ‘하베르 코레’(haberkore.com)라는 1인 뉴스 사이트를 열어 언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국생활 12년째로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 절차를 밟고 있는 그는 요즘 ‘첫 외국인 코미디언’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이어 11일 서울외신기자클럽 바에서 1인 스탠딩 코미디 <한국생활백서> 두번째 공연을 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문화의 독특한 점들을 얘기할 때마다 주위에서 재미있어 했어요. ‘엠티’ 가서 밤새 술을 마시고, 너나없이 쓰러져 자는 풍경이라든지, 서로 밥값이나 술값을 내겠다고 계산대 앞에서 ‘싸움’을 하는 모습 같은, 방송 출연 요청도 종종 받았고요. 그래서 아내의 친구들 앞에서 리허설을 해봤는데 기꺼이 응원해주겠다고 용기를 줬어요. 공연장에도 ‘웃음부대’ ‘박수부대’로 동원했지요.”

터키에서 과학고를 다닌 그는 교환학생으로 대전 카이스트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던 중 이과 쪽보다는 인문사회 계열에 흥미를 느껴 진로를 바꿨다. 충남대 정치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외교학)에 재학중인 그는 2014년 대학원에서 만난 여자 친구와 결혼했다.

지난 9월 14개 나라 화폐 인물을 통해 근현대사를 되짚어본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화폐 인물로 만나는 시대의 도전자들>(헤이북스) 책도 펴낸 그는 “강연 요청이 들어와 가보면 제법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이 생길 정도”라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점점 언론자유가 악화되고 있는 고국 터키의 뉴스는 그를 다시 해직 언론인으로 붙잡는다. “에르도안 정권은 쿠데타 이후 3만명을 연루된 정치범으로 구속했는데요, 조만간 감옥에 있는 그들 중 상당수를 죽일 작정이라는 설이 돌고 있어요. 친정부 언론에서도 그런 사설들이 흘러나오고요. 무서워요, 선배님.”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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