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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중고제 창시자 김성옥 기리는 ‘적벽가 완창’

등록 2016-11-28 16:17수정 2016-11-28 21:32

김성옥-김정근-이동백-정광수
적벽가 소리맥 박성환이 이어
새달 10일 논산문화원서 공연
중고제 판소리 <적벽가>를 완창하는 박성환 중고제 소리문화진흥회 예술감독. 사진 박성환 제공
중고제 판소리 <적벽가>를 완창하는 박성환 중고제 소리문화진흥회 예술감독. 사진 박성환 제공
명창 김성옥(1795~1830추정)은 민속악에서 가장 느린 장단인 진양조를 창시하고 중고제(中古制) 판소리를 정립했다. 충남 논산의 강경에서 태어난 그는 1800년대 경기·충청지역에서 유행하던 옛 형태의 판소리를 하나의 유파로 정립하고 전승시켰다. 그가 창시한 중고제는 염계달을 거쳐 서산의 고수관·방만춘·방진관·심정순·심상건·심매향, 공주의 김석창·황호통·박상도, 강경의 김정근, 서천의 김창룡·이동백 등 뛰어난 명창으로 이어졌다.

판소리는 지역마다 창법이 다르다. 중고제는 경기·충청 지역, 동편제(東便制)는 섬진강 동쪽 남원·순창·곡성·구례 등 지역, 서편제(西便制)는 섬진강의 서쪽 광주·나주·담양·화순·보성 등 지역에서 불렀다.

동편제는 발성이 무겁고 굵으며 웅장하다. 씩씩한 가락으로 ‘우조’를 많이 쓴다. 기교와 수식이 적은 창법으로 사설이 빈틈없이 진행되고 속도가 빨라 발림이 적다. 반면 서편제는 구슬픈 ‘계면조’를 많이 쓴다. 기교와 수식이 많고 속도가 느리며 발림도 풍부하다. 중고제는 동편제에 더 가까우며 은근한 속멋이 있다. 소박한 시김새(발성의 기교로 멋을 부리는 창법)로 짜여 있어 성량이 풍부한 소리꾼이 부르기에 좋다.

강경에서 중고제가 정립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연산 일대의 광산 김씨와 노성의 파평 윤씨 집안의 후원 속에 강경의 광대 가객들은 중고제 판소리의 기틀을 닦았다. 호서유학의 중심지 강경에서 유려한 문장과 절제된 감정의 꿋꿋한 창법이 발달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김성옥의 고향 논산에서 논산 출신 소리꾼 박성환(중고제 소리문화진흥회 예술감독)이 김성옥을 기리는 헌정공연으로 <중고제 적벽가 완창>을 올린다. 박성환이 부르는 ‘이동백 창본 중고제 적벽가’는 중고제 창시자 김성옥으로부터 김정근-이동백- 정광수-박성환으로 전승된 매우 귀한 소리제다. <적벽가>에는 삼고초려, 조자룡 활쏘는 대목, 새타령 등 수많은 눈대목(오페라의 아리아에 해당)이 있다.

박성환은 20여 년 전 타계한 인간문화재 고 정광수 명창과 한 집에 살면서 직접 수발을 들며 4년여 간 중고제 <적벽가>와 <수궁가>를 사사했다. 당시 90살이던 스승이 “이제 철 지난 소리라 유행에서 밀려 풀어먹을 수 없는 소리인데 뭐하러 배우려고 하느냐”고 묻자 박성환은 “중고제가 다 사라져간 지금 겨우 명맥을 잇는 이동백 적벽가를 저라도 이어 가겠습니다. 제가 충청 출신이라 애착이 가서 그럽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다음달 10일 논산문화원 공연장.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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