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21년째인 서울발레시터가 나인호 단장, 조현경 예술감독 체제로 개편하며 제2 도약을 선언했다. 왼쪽부터 나 신임 단장, 조 신임 예술감독, 제임스전 전 상임안무가, 김인희 전 단장. 사진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창단 21년째인 서울발레시어터(SBT)가 새롭게 태어난다.
먼저 인적구조 변화. 1995년 창단 이래 발레단을 이끌었던 김인희 단장,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 투톱 체제가 새로 구성된 나인호 단장, 조현경 예술감독 체제로 전면개편됐다. 신임 투톱은 창단 때부터 같이해온 단원 출신이다. 이와 함께 예술적 지향점도 변화를 모색한다. 모던발레 중심에서 외연을 넓혀 현대무용, 음악 등과 협업구조를 구축해 장르 다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발레단 사정이 어려워졌다. 그동안 여러 고민을 해왔고, 창단 멤버가 다시 한번 뭉치자는 의견을 모아 제2 도약을 꾀하게 됐다. 우선 서울발레시어터의 작업 스펙트럼을 무용과 발레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구성하겠다. 창단 때부터 모던발레가 작업의 축이었다면 이제 다른 예술, 즉 음악 등 대중적인 장르들과 협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자 한다.”
나 신임 단장은 5일 서울 시내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창단 20돌이던 지난해부터 ‘제2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리더쉽 교체를 준비해왔다. 창단 22돌인 2017년에 취임하는 나 신임 단장은 김인희 전 단장, 제임스 전과 함께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하다 서울발레시어터의 창단멤버로 주역 무용수와 대외협력팀장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무용수로서 삶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창단작품 <빙>(Being) 등 다양한 작품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그는 2003년 무릎부상으로 춤꾼의 삶을 접어야 했다. 그 뒤 과천시설관리공단 ‘과천시민회관’에 들어가 예술행정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 신임 단장은 부상 뒤 피겨 스케이팅 안무를 4년간 했다고 밝혔다. “스케이팅장에서 키가 작은 초등학생의 상체 동작이 이상해 조금 지도해줬다. 뒤에 그 학생 쪽에서 연락이 와서, 다른 학생들도 가르치게 됐다. 알고 보니 처음 가르친 학생이 나중에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연아였다.” 물론 김연아 선수는 이후 피겨전문 안무가로부터 안무지원을 받았다.
나 신임 단장과 조 신임 예술감독은 부부다. 김인희-제임스 전에 이어 부부 투톱체제다. 조 신임 예술감독은 발레단에서 주역을 맡아왔으며 2009년부터 지도위원으로 활동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1995년 한국창작발레 대중화의 기치를 들고 창단했다. 첫 작품 록발레 <빙>으로 한국 모던발레의 첫 팬클럽을 만들었다. 100편이 넘는 창작품을 제작했고 창작발레의 대중화와 해외수출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또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찾아가는 발레공연, 홈리스발레교육, 더불어 행복한 발레단 등 사회공헌활동으로 사회예술교육 영역을 확장했다.
김인희 전 단장은 퇴임 뒤에도 발레단 예술교육 분야를 맡기로 했고, 제임스 전은 발레단 안무와 멘토링을 계속할 예정이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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