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엑스엑스라지(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부모의 계급적 차이, 아이의 여성적이거나 공격적 취향을 엮어, 차별과 배제의 시선이 또래집단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준다.
“우리가 걔 임대 산다고 하대한 적 있어?”
준호(백성철)와 민지(하현지)는 ‘모두 부러워하는’ 3단지 아파트에 산다. 상대의 몸을 더듬는 버릇이 있는 희관이(유동훈)는 임대아파트에 살며, 패스트푸드점 알바 희주(윤미경)는 엄마가 어렵게 식당 일을 한다. 하지만, 연극은 부모의 경제적 배경을 전면에 부각하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에게도 이어지는 ‘계급구조’의 실루엣 정도만 슬쩍 보여준달까. 고등학교 2학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 <엑스엑스라지(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의 작품 배경이다.
준호는 몸에 딱 달라붙는 ‘레오타드 여성용 무용복’을 즐겨 입는 독특한 취향을 지녔다. 희주는 히스테리컬하고 공격적이라 친구가 없는 ‘왕따’다. 준호는 입시경쟁의 불안과 초조 속에서 여성용 무용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그러다 학교 누리집 게시판에 준호의 사진이 퍼지고, 준호는 왕따 희주가 사진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모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갇힌’ 아이들이지만, 일탈을 꿈꾼다. 준호는 춤을 발표하는 공개석상에서 빨간 망사 무용복을 입고 등장한다. 그리고 ‘호모’라는 오해의 시선을 받고 결국 전학을 간다. 하지만 ‘3단지 아이들’은 동요 없이 외국어 과외선생님을 모시고 공부한다. 체대 지망생 희주는 온 힘을 다해 무대 위를 달린다. 온통 맥박뿐인 하늘. 그리곤 철봉에 턱걸이한다. 희주의 일상이란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야 하는 안간힘 그 자체다.
작품은 부모의 계급적 차이, 아이의 여성적이거나 공격적 취향을 엮어, 차별과 배제의 시선이 또래집단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준다. 또 그런 불공정한 경쟁에서도 불평 없이 어른들을 따라야 하는 청소년들의 일상과 현실적 고민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창신동>의 작가 박찬규가 대본을 쓰고 <노란봉투>와 <게임>의 전인철이 연출했다. 지난해 10~11월 안산문화재단이 주최한 <비(B)성년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올해 서울문화재단 정기공모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같은 제목의 희곡집
(제철소 펴냄)이 올해 출간됐다. 11일까지 서울 성북동 여행자극장.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극단 돌파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