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을 처음 지휘할 때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그때의 벅찬 감동을 계속 이어가면서 5번이라는 또 다른 큰 산에 도전하고 싶었다. 또 말러가 내 나이(41살) 즈음 작곡한 곡이라 나와 말러의 세계관이 어떻게 연결될지도 궁금했다. 말러의 교향곡 5번 앨범을 통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모두 표현하고자 했다.”
13일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는 ‘말러 교향곡 5번’ 음반을 발매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혔다. 2007년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말러 스페셜리스트 성시연의 첫 앨범이자 내년 창단 20돌을 맞는 경기필의 첫 정규 앨범이다.
성 지휘자는 경기필 예술단장 부임 뒤 첫 공식 연주회에서도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말러의 교향곡은 인간의 고뇌와 절망이 모두 음악 속에 녹아있지만 그 중에서도 교향곡 5번은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중년이 된 말러의 자전적 이야기로 절망으로부터 희망으로 향하는 정신의 승리를 담고 있다.
이번 녹음은 국내 최초의 빈야드 스타일 홀인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됐다. 올해 8월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에서 녹음한 최초 음반이다. 프로듀서 마이클 파인, 톤마이스터(음향 엔지니어) 최진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마이클 파인은 1992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클래식 레코딩 프로듀서’ 부문을 수상한 세계적인 프로듀서로 말러 교향곡 5번만 무려 5번 녹음할 만큼 곡 이해도가 높다.
마이클 파인은 “극한의 난곡인 말러 교향곡 5번을 선택한 성시연 지휘자와 경기필의 용기에 놀랐다. 지휘자와 단원 모두 녹음기간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필은 ‘2017 무직페스트 베를린’(Musikfest Berlin)에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받았다. 경기필은 윤이상 탄생 100돌을 맞아 그의 탄생일인 9월17일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그의 교향곡인 ‘예악’, ‘무악’ 등을 공연한다.
특히 페스티벌 쪽은 경기필 초청에 맞춰 이 날을 ‘윤이상 데이’로 정하고 윤이상의 작품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2015년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독일 자르 뮤직 페스티벌에 정식 초청받았던 경기필은 시마노프스키 교향곡을 연주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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