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전의 대중가요 가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은? ‘마도로스’다. 같은 맥락에서 ‘항구’도 많이 등장한다. 산업화로 태어나 나란 곳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고향’도 많이 사용됐다. 강 중에서는 ‘한강’이, 산 중에서는 ‘남산’, 도시 중에서는 ‘서울’, 사람 이름 중에서는 ‘순이’가 가장 많다.
네이버는 1920~80년대 대중가요 앨범들을 담은 지식백과 콘텐츠인 ‘한국 대중가요 앨범 6000’의 가사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했더니 시대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6일 밝혔다. 우선 마도로스란 직업이 437회나 언급되며 1위를 차지한 게 눈에 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1960년대 대중가요에 등장해, 당시 외항선원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를 보여준다. ‘항구’라는 단어 역시 1960년대 노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다.
대중가요 가사는 1960~70년대 산업화와 맞물려 나타난 ‘이촌향도’(농어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모습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고향’이란 단어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각각 1225회와 1705회씩 등장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1980년대에는 824회로 크게 줄었다. 장유정 단국대 교수는 “대중가요 가사에는 그 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산업화와 함께 나타난 이촌향도 현상이 사람들 사이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회자되다가 점차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시도 지명 가운데는 ‘서울’이 1119회로 그 다음인 ‘부산’을 5배 차이로 앞섰다. 그 뒤는 ‘제주’다. 해외 지명 중에서는 ‘월남’이 90여회로 가장 많았다. 특히 월남은 절반 가량이 1960년대에 쓰여졌다. 월남 파병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사람 이름은 ‘순이’, ‘희야’, ‘갑순’, ‘갑돌’ 순으로 많다.
단연 압도적인 것은 ‘사랑’이다. 무려 4만3356회나 등장했다.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마음’과 ‘가슴’이 그 뒤를 이었다. 근대 대중가요 가사에 많이 등장한 동물은 ‘갈매기’, 식물은 ‘장미’다.
이번 분석 작업에 참여한 최규성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각 시대별 대표 앨범들의 가사 속에 반영된 시대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근대 대중가요 콘텐츠의 가치를 사용자들이 보다 손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이번 분석을 시도했다. 전문가들의 리뷰와 ‘한국 그룹사운드 계보학-국내 걸그룹 역사’, ‘전국의 지명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들’ 등 20여가지 재미있는 주제의 연관 콘텐츠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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