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연출의 <전화벨이 울린다> 연습 장면.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2017년 새해 연극판은 젊은 연출가들의 새로운 시선으로 시작한다. 이연주(38), 김정(32), 이은서(33), 신명민(30) 등 30대 연출가 4명이 ‘동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걸고 올리는 <뉴스테이지> 공연이다.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가 작품 개발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새달 5~22일 3주 동안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과 만리동 예술인주택에서 차례로 선보인다.
이연주 연출은 새해 <뉴스테이지>의 첫 주자이며 가장 주목받는 신진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쓰고 연출한 <전화벨이 울린다>는 콜센터 상담원의 일상을 통해 친절한 서비스 뒤의 민낯과 내면의 괴물성을 들여다본다. 사회에 만연한 내면적 고통을 묘사하고, 자신을 지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향에 대해 묻는다.
이 연출은 전작 <이반검열>, <삼풍백화점> 등에서 집단의 폭력성과 세상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특히 <이반검열>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검열로 연결해 호평을 받았다. 학교와 성소수자, 세월호 생존 학생과 희생자의 형제자매의 언어를 통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바로 검열’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전화벨이 울린다>에서 콜센터 직원 수진은 전화상담 스트레스로 악몽에 시달린다. 힘들어하던 수진은 고시원 옆방에 사는 연극배우 민규에게 연기를 배운다. 연기 수업을 통해 수진은 자신감을 찾고, 가면 쓰는 법에 익숙해져 간다. 새달 5~8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김정 연출의 <손님들> 연습 장면.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두번째 작품은 중량급 작가와 신진 연출가의 만남이 특징이다. 중견작가 고연옥이 쓰고 김정이 연출한 <손님들>은 지난 2000년에 일어난 한 청년의 부모 토막살해 사건을 모티프로, 태어나 한 번도 맛보지 못한 행복을 찾는 어린 인간의 이야기다.
고연옥 작가는 “어떤 부모를 만나든 진심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라는 연약한 존재가 부모를 죽이기까지의 고통을 표현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힘없는 사람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자 이 작품을 썼다”고 설명했다. 김정 연출은 지난해 ‘팝업씨어터’ 사태의 피해자다. 그의 연극 <이 아이>에 수학여행과 노스페이스가 등장하는 것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공연예술센터 관리자가 공연을 방해한 사건이다. <손님들>의 내용은 “눈치 보지 않고, 주눅이 들지 않고, 천진하게 사랑받고, 행복하고 싶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다. 새달 12~15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세번째 <아임언아티스트>는 이은서 공동창작·연출의 작품이다. 2015년 만리동 고개 꼭대기에 만리동 예술인주택이 생겼다. 이곳에서 살게 된 연출가가 두 아이를 키우느라 연출보다는 육아하는 시간이 더 많은 자신을 발견하고 ‘나는 예술가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전세금 인상에 대비해 적금을 들고, 작업하는 시간보다 때로는 돈 버는 시간이 많으며, 연습실보다 놀이터에 있는 시간이 많은” 생활 예술인들의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연극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극장이 아닌 예술인주택을 무대로 활용한다. 새달 14~18일 만리동 예술인주택.
마지막으로 공연되는 <우리별>은 2010년 일본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수상한 시바 유키오의 ‘우리별’을 각색해 신명민이 연출했다. 언어의 묘미를 살린 대사와 랩으로 이루어진 이 연극은, 반복되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다른 일상을 위트 있게 포착해 리듬감을 극대화했다. 새달 19~22일 동숭아트센터.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뽑힌 젊은 연출가 4명은 그동안 멘토링, 워크숍 과정 등을 거쳤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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