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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격정적 타건의 이야기꾼, 조성진

등록 2017-01-04 14:07수정 2017-01-04 22:04

리뷰/ 조성진 피아노 독주회
범생이 이미지 벗고 대담한 연주
발라드1~4번 ‘쇼팽이야기’ 속으로
프로그램북 동나고 사인회 장사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쇼팽 발라드 전곡 등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쇼팽 발라드 전곡 등을 연주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조성진 하면 서정적 선율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이 떠오른다. 2015년 10월 쇼팽국제콩쿠르 우승곡이기도 했지만, 이후 나온 음반에서도 이 곡을 통해 다소곳하고 반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지 1년3개월,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첫 독주회에서 조성진은 그런 고정관념을 에누리없이 허물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격정적 타건과 대담한 해석은 새로운 시도·실험임에도 이제야 자기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고 거침이 없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만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낸 대목이다. 객석은 그런 조성진에게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쇼팽 발라드 1~4번.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발라드 1번의 감성적인 연주를 지나, 2번에서 끓어오르는 내면과 명랑한 외면의 조화를 꾀하고, 이어 4번에서는 슬픔을 지니되 슬픔을 넘어 격정을 웅변했다. 이날 연주 중 4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꼽는 이들이 많았다.

조성진이 특별히 애착을 가지는 발라드 전곡은 지난해 11월 첫 스튜디오 녹음 앨범에도 수록했다. 초등학교 3년 시절 처음으로 산 음반이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연주의 발라드였다. 조성진으로선 어릴 적 꿈을 스튜디오 음반으로 내고, 다시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연주하는 의미있는 독주회였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발라드는 원래 이야기다. 영웅이나 기사의 무용담이 음유시인의 노래로 발전했다. 이후 발라드는 서사적인 이야기풍 독창 가곡과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기악곡,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을 통칭하게 됐다. 2000여 객석의 대극장에 선 ‘모노드라마 배우’ 조성진. 때로는 격렬한 감성으로, 때로는 절제된 이성의 건반 언어로 관객을 쇼팽의 서사 세계로 이끌었다. 관객은 23살의 ‘쇼팽 이야기꾼’ 조성진의 본색을 목도했다.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쇼팽의 발라드 전 4곡의 연주는 강약의 대비나 템포의 흐름이 다소 과장된 어조로 표현됐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우 유창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고 격정적이고 대담한 연주를 높게 평가했다.

조성진은 이날 1부에서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1번과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9번을 연주한 뒤, 2부에서 발라드를 들려줬다. 앙코르곡은 드뷔시의 ‘달빛’과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이었다.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독주회 뒤 열린 조성진 사인회는 밀려드는 팬들 때문에 밤 늦게까지 진행됐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독주회 뒤 열린 조성진 사인회는 밀려드는 팬들 때문에 밤 늦게까지 진행됐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관객들은 이미 공연 1~2시간 전부터 콘서트홀을 메우기 시작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준비한 프로그램북 1000권이 다 팔려 700권을 긴급하게 추가 주문했다. 조성진 관련 기념상품도 거의 동이 난 상태”라고 했다.

공연 뒤에는 사인회가 열렸다. 밤10시45분까지 계획됐던 사인회는 11시8분까지 연장됐다. 조성진이 줄을 서 있던 600여 명에게 모두 사인을 해줬기 때문이다. 조성진은 4일 저녁에도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1부 프로그램은 동일했지만 2부에선 발라드가 아닌 쇼팽의 24개 전주곡을 들려줬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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