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블랙리스트 맞선 천막극장 ‘블랙텐트’

등록 2017-01-08 11:50수정 2017-01-08 22:19

“박 대통령 퇴진때까지 운영하겠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곁에 7일 설치
“천막으로 흥한 박근혜” 정치적 풍자
위안부·세월호 등 소재 작품 무대에
다음달초까지 연극 공연일정 빼곡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7일 연극인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부근에 폭 8m, 길이 18m, 높이 5.5m의 천막극장을 세웠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제공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7일 연극인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부근에 폭 8m, 길이 18m, 높이 5.5m의 천막극장을 세웠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제공
겨울바람이 맵차던 7일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광장 문화예술인 캠핑촌에 연극인과 촌민 70여 명과 함께, 콜트콜텍·유성기업·기륭전자 등 해고 노동자들이 모였다.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뚝딱뚝딱! 10시간의 힘겨운 작업이 끝났다. 이순신동상 부근에 새로 천막극장이 우뚝 섰다. 폭 8m, 길이 18m, 높이 5.5m의 철골구조물 위에 진녹색 천막을 씌웠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맞서, 문화예술계가 만든 ‘광장극장 블랙텐트’다. 박근혜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운영하는 임시 공공극장이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공공극장이 애써 외면한 세월호 문제는 물론 동시대 삶과 고통을 오롯이 작품으로 담아내겠다는 각오다.

천막극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천막의 부메랑’이다. 2004년 한나라당은 불법대선자금으로 불거진 ‘차떼기당’의 오명을 씻기 위해, 당시 박 대표 주도로 천막당사를 치고 반성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정치 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천막극장은 “천막으로 흥한 박 대통령”이 예술을 짓밟은 데 대한 풍자적 저항이다. 광장극장운영위원회는 천막극장을 세운 이유에 대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상징되는 표현자유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주도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현장 예술인에게 지원금 배제 등 각종 불이익을 줬다.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공극장 책임자들이 관객이 보는 앞에서 공연을 중단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

철골을 완성한 천막극장. 광장극장 블랙텐트 제공
철골을 완성한 천막극장. 광장극장 블랙텐트 제공
이어 광장극장운영위는 “한국의 공공극장이 거의 외면했던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를 비롯하여 자본에 박해받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일 오후 4시 개관식에 이어 13일 저녁 8시 개관 기념공연을 연다. 연극인을 주축으로 한 광장극장운영위가 주관하고,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가 극장장을 맡았다. 10일 공식개관 뒤에는 연속으로 3편의 연극과 9편의 마임을 공연한다. 천막극장 ‘광장극장 블랙텐트’에 오르는 작품들은 이미 작품성이 검증된 작품이다. 16일부터 다음달 초까지 공연일정이 빼곡하다.

먼저, 첫 공식작품은 이해성 블랙텐트 극장장이 작·연출한 극단 고래의 <빨간시>(16~20일)다. 저승사자의 실수로 할머니 대신 저승에 먼저 간 일간신문 기자 동주가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갔다 온 할머니의 삶, 자신의 삶, 죽은 여배우의 삶을 되돌아보며 우리 역사 속에서 돌고 도는 폭력의 상처와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완성된 천막극장. 광장극장 블랙텐트 제공
완성된 천막극장. 광장극장 블랙텐트 제공

다음으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오세혁 작, 김태현 연출로 <그와 그녀의 옷장>(23~24일)을 올린다. 세월호 가족이 시민의 위로에 화답하고, 오히려 시민을 위로하기 위해 준비한 연극으로, 옷 속에 담겨있는 삶의 이야기와 소소한 정을 통해 잊었던 삶의 온기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이어 유진규·김지선 등이 출연하는 ‘마임’ 공연 9편이 25~27일 광장극장 블랙텐트에 올라간다.

무엇보다 지난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김재엽 작·연출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이 31일부터 2월3일까지 올리는 이 작품은 “검열사태에서 나타난 검열주체들의 언어들을 사회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들어야 보고, 검열 언어가 우리에게 어떤 폭력을 가하는지 살펴본다.” 문의는 광장극장 블랙텐트(facebook.com/theaterblack). 후원은 우리은행 1002-256-380791(예금주 이해성).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