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의 헝가리 피아니즘 정통계보를 잇는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 서울시향 제공
1986년 5월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5살의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는 지금의 조성진과 맞먹는 ‘젊은 클래식 스타’였다. 그는 그날 독주회에서 리스트 소나타 나단조와 모차르트 소나타들을 연주했다. 31년 뒤 66살에 다시 한국을 찾는 란키(66)의 연주는 얼마나 더 성숙해졌을까. 한국 연주를 앞두고 전자우편으로 만난 란키는 뜻밖에 한국 피아니스트들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김선욱의 음반을 들어봤는데 매우 좋은 피아니스트이며 호감이 갔다. (김선욱에게 영향을 준) 페렌츠 라도시는 저의 선생님이었다. 그에게 배운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하는 법, 작품을 찾아내 자신의 새로운 생각을 담는 법이다. 조성진의 연주도 들어봤는데 역시 매우 좋았다.”
란키는 오는 20·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이 연주회는 마르쿠스 슈텐츠(52)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의 데뷔 무대로 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아시아 초연), 슈만 교향곡 2번도 함께 연주한다.
헝가리 최고 피아니스트로 추앙받는 란키는 리스트와 버르토크 작품에서 헝가리 특유의 섬세하고 친밀도 높은 피아니즘으로 사랑받고 있다. 안드라스 쉬프, 졸탄 코치슈와 함께 피아노계의 ‘헝가리 3총사’로 불린다.
이번에 연주할 리스트 협주곡 1번에 대해 “진정한 대곡이다. 리스트가 심혈을 기울여 작곡했듯이 악보의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도 따라가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란키는 음악적으로 리스트의 증손자뻘이다. “저는 부타페스트 음악원에서 팔 카도사를 사사했다. 이 선생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리스트가 나온다. 그래서 카도사 선생님의 제자들은 음악적으로 리스트의 후계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리스트가 세운 부다페스트 음악원에서 공부를 했다.”
란키와 협연하는 슈텐츠 서울시향 객원수석은 17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력에 대해 “원더풀 원더풀 원더풀!”을 외쳤다. 2015년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였던 때를 떠올리며 내놓은 감탄이다. 독일 출신의 슈텐츠는 “앞으로 3년간 서울시향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수석객원지휘자는 정명훈을 이을 다음 상임지휘자가 부임할 때까지 서울시향의 안정적 지휘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슈텐츠와 함께 스위스 지휘자 티에리 피셔(60)가 이달부터 2019년 12월까지 수석객원지휘자를 맡는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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