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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동병상련? 어슷비슷한 한국·대만 현대미술전시가 차려졌다

등록 2017-01-19 16:06수정 2017-01-19 21:08

두 나라 작가, 큐레이터 손잡고 만든 기획전 ‘동백꽃 밀푀유’
역사적 굴곡과 민감한 감수성 등 보듬고 뒤섞은 영상, 설치 등 나와
대만의 젊은 여성작가 류위의 2채널 영상물 ‘기차역에 정박한 바보들의 배’의 한 장면. 타이베이 중앙역의 노숙자, 화장실청소부 등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삶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준다.
대만의 젊은 여성작가 류위의 2채널 영상물 ‘기차역에 정박한 바보들의 배’의 한 장면. 타이베이 중앙역의 노숙자, 화장실청소부 등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삶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준다.
세월이 묘약일까. 한 여인의 삶을 휘감았던 폭력의 시대는 어느덧 시적인 풍경으로 바뀌었다. 17살 때 한센인 수용소에 들어가 몸이 망가진 대만 할머니는 이제 재개발로 허물어진 수용소 폐허가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가 자신이 지은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요즘 대만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로 떠오른 천제런의 처연한 영상들은 푸른빛 천이 나풀거리는 공간 속에서 조용히 빛난다. 한 인간에게 역사란 지울 수 없는 멍에인 것일까? 물음이 뇌리를 때린다.

지금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대만 작가, 큐레이터 10여명의 교류전 ‘동백꽃밀푀유’는 천제런의 작품처럼 비슷한 역사적, 정치적 상처를 지닌 두 나라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인간들의 풍경, 그들 삶 속의 내밀한 결들을 보여준다. 한반도의 질곡어린 역사를 상징하는 ‘동백꽃’과 천 겹의 잎사귀를 뜻하는 프랑스 단어 ‘밀푀유’가 합쳐진 전시 제목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한 공통점과 전쟁, 침탈에 시달리며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 속에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과 대만 사람들의 삶을 상징한다.

출품작들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2층에 있는 대만의 젊은 여성작가 류위의 2채널 영상물 ‘기차역에 정박한 바보들의 배’는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2년여 취재하며 만난 노숙자, 화장실 청소부 등에게서 들은 주변부 사람들의 기구한 삶 이야기를 지금 그들의 현재 부박한 모습과 함께 투사한다. 바로 옆 강홍구 작가의 충남 연기 종촌리 사진 연작들은 세종시로 이주한 주민들의 허물어진 옛 터전을 비추고 있어 이주와 배제로 점철된 두 나라 역사의 맨 살을 헤집어보는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김준 작가는 90년대까지 도시 곳곳의 건물 옥상을 뒤덮었던 플라스틱 물탱크 안에 생활공간의 소음을 채워넣어 시간과 기억의 유동성을 낯설게 탐구한다. 한국, 대만의 역사 지정학적 특이성과, 글로벌 흐름에 민감한 양국 미술인들의 감수성을 함께 보듬은 작업들이 대담하게 섞이고 병치되어 두나라 특유의 인간극장을 연출해냈다. 2월12일까지. (02)760-4608.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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