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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귀기울여봐요, 잔향 사라지면 소리치는 침묵”

등록 2017-01-25 16:42수정 2017-01-25 21:43

인터뷰, 피아노 독주회 여는 임현정

베토벤 소나타 전곡 EMI서 발매
한국인 첫 아이튠즈 클래식 1위
지난해엔 ‘침묵의 소리’ 책 발간
“머리 위에 수호천사 별 떠있어
최선 다한 뒤 하늘뜻 따를 뿐”
다음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한겨레>에 자신의 음악관을 밝히고 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다음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한겨레>에 자신의 음악관을 밝히고 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음악회에 가면 침묵하며 경청해야 하잖아요, 음악의 시작은 침묵이고 침묵의 질이 어떤지에 따라 사운드의 질이 결정되고요. 동양철학의 ‘음’과 ‘양’처럼 침묵과 소리도 늘 공존해요. 연주가 끝나면 침묵이 소리를 질러요. 그 침묵을 느낄 수 있어야 하죠. 연주의 진가는 그 뒤의 침묵을 보면 압니다.”

에세이집 <침묵의 소리>(2016, 청미래)를 낸 피아니스트 임현정(30)이 <한겨레>에 밝힌 ‘침묵’과 ‘소리’에 대한 생각이다. 풀이하면 ‘귀기울여 보세요,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마지막 음의 잔향이 객석 끝으로 사라진 뒤, 침묵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정도일 것이다. 다음달 4일 서울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그를 25일 서울 도심에서 만났다.

활짝 웃을 때마다 검은 옷과 대비를 이뤄 웃음이 빛났다. “12살 때 프랑스 파리로 떠나 우리말 표현력이 약하다”면서도 입을 떼면 거침이 없다. 2003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최연소 수석으로 들어가 2006년 최연소 수석으로 졸업하고, 2012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앨범을 이엠아이(EMI)에서 출반해 그해 빌보드 클래식과 아이튠즈 클래식 순위 1위에 올랐다. 임현정이 책을 낸 ‘알방 미셸’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개미>를 출판한 곳으로, 프랑스 3대 출판사로 꼽힌다.

다음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한겨레>와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다음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한겨레>와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이번 독주회 연주곡은 슈만, 브람스, 라벨, 프랑크를 한 꿰미로 엮었다. 슈만의 ‘사육제 Op.9’, 브람스의 ‘8개의 피아노 소품 Op.76’, 라벨의 ‘거울’, 프랑크의 ‘전주곡, 코랄과 푸가’다.

“슈만은 젊은 영혼, 브람스는 성숙한 영혼을 담은 곡이에요. 슈만과 브람스가 사람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라벨은 새·불·나방·지렁이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담았어요. 프랑크와 라벨은 각각 교수와 학생으로 제가 나온 파리 고등음악원과 관계를 맺었어요. 프랑크는 어린 나이에 이미 피아니스트로 비르투오소(virtuoso, 표현력이 탁월한 연주자)였지만 피아노를 포기하고, 60살이 넘어 이 작품을 탄생시켰어요, 음악적 자세가 너무 감동적이지 않나요?”

10대 임현정은 파리의 이방인이었다. 프랑스말을 못 하니 놀림거리가 됐고 무시와 차별에 맞서 ‘싸움닭’이 돼야 했다. 그때 피아노는 ‘무기’이며 ‘구원’이었다. “지렁이나 새는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을 내놓지 않지만 15살의 저는 존재를 증명해야 했어요. 수업을 빼먹고 체류증을 만들러 가면 줄이 긴데도 행정하는 사람들이 커피 마시고 있으면 못 참았어요. ‘당신들의 행동이 내 미래를 망친다. 당신들이 책임 질 거야, 내 서류를 처리해달라’고 소리쳤죠. 그런데 피아노를 치면 제 감정이 다시 음악으로, 한 인간으로 거듭나 떳떳했어요. 피아노와 음악은 제게 구원적인 존재예요.”

임현정은 어릴 때부터 ‘수호천사 별’이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존재하는데 저를 따라다니는 별이에요. 저 자신의 최선을 다하면, 하느님·부처님·알라 등 무엇이라 부르든 하늘이 결과는 알아서 해준다는 겁니다.” 올해 연주일정도 빼곡하다. 국내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프랑스 보르도·툴루즈·루앙에서 연주 및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스페인 발렌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계획이다.

임현정의 이름은 도인이 지었다고 한다. ‘솥귀 현’(鉉)엔 ‘세상을 먹이는 소중한 손잡이’가, ‘고요할 정’(靜)엔 ‘침묵의 소리’가 들었다. 도인은 “나라 밖에 나가 이름을 떨칠 운명”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그 말대로 됐다. 그리고 임현정의 머리 위엔 늘 별이 따라다닌다. 2월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737-0708.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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