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벚꽃 대선’ 등 이번 설 연휴는 어느 때보다 화제가 풍부하다. 차례상을 물린 뒤, 번잡한 일상을 잠시 잊고 오랜만에 공연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설 연휴 동안 국악·마당놀이·민속놀이는 물론, 동서양 고전이 맞붙는 연극과 인기 상한가를 달리는 뮤지컬 공연이 펼쳐진다. 반면 클래식·대중음악 공연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가족끼리, 친구·연인끼리 소중한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공연 정보를 모았다.
■ 가족국악극에 민속놀이까지
설 연휴와 가장 밀접한 공연은 전통예술이다. 국립국악원은 가족국악극 <만만파파 용피리>와 민속놀이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4개 소속 예술단이 만드는 국악의 정수 <토요명품공연>은 반값으로 볼 수 있다.
설 명절 연휴 기간 27~29일 낮 12시부터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야외광장에서는 팽이 돌리기, 짚신동차 끌기, 투호 던지기, 제기차기 등 가족 모두 즐길 전통 민속놀이 행사를 갖는다. 같은 기간 오후 2시부터 예악당에서 올리는 <만만파파 용피리>는 2만~3만원의 관람료를 30% 할인하고, 닭띠 관객은 1인 1매에 한해 50% 깎아준다. 관객 모두에겐 김규흔 한과 명장이 만든 유과도 무료로 나눠준다. 설 당일인 28일 오후 3시에는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우면당에서 공연하는 <토요명품공연>의 1만~2만원 관람료를 50% 깎아준다. 정악 합주, 해금 산조와 태평무, 가곡, 경기민요 및 창작 실내악 등이 풍성하다. (02)580-3300.
■ 설날엔 ‘톡 쏘는 사이다’ 마당놀이
설 연휴 공연의 단골 메뉴는 아무래도 마당놀이다. 지난 12월 막을 올린 <놀보가 온다>는 국립극장이 세번째로 선보이는 마당놀이로 설 연휴 기간 동안 50% 특별할인 행사를 마련했다.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삼면의 가설 객석을 설치해 출연진과 관객을 좀더 친밀하게 했고, 다양한 전통연희와 현재 사회 이슈에 대한 톡 쏘는 ‘사이다 풍자’를 즐길 수 있다. 김학용(놀보)·유태평양(흥보)·이광복(마당쇠)·서정금(흥보 처)·조유아(놀보 처) 등 국립창극단의 해학 연기를 대표하는 신구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설 연휴 기간인 27~29일 공연에선 닭띠·원숭이띠 관객에게 3만~7만원인 관람료의 50%를 깎아준다. 1인 4매, 공연 일별 300매 한정이며 전화·현장 예매만 가능하다. 또 그동안 진행돼온 국립극장 마당놀이 입장권을 제시하는 관객에겐 입장료 40%를 할인해준다. 또 이번 공연 재관람자인 ‘보고 또 보고’ 관객과 3인 가족은 30%, 4인 이상 가족은 40% 할인 혜택을 준다. (02)2280-4114.
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가족음악극 <십이야>.
■ 십이야·조씨고아…동서양 고전 대결
명절에 걸맞게 동서양의 고전을 바탕으로 한 연극은 어떨까?
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가족음악극 <십이야>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엠(M)씨어터 무대에 마련됐다. 요즘 잘나가는 극작가 오세혁이 각색에 참여해 400여년 전 대문호의 희곡문학 고전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가족음악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연출은 ‘권리장전 2016-검열각하’를 총연출한 김수희가 맡았다. <십이야>는 쌍둥이 남매가 펼치는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표현하는 무대로, 유쾌한 광대들이 등장인물로 변해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27~30일 설 연휴 기간 관객에게는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만~4만원. (02)399-1000.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중인 국립극단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중국 고전 4대 비극 중 하나다. 29~30일 공연을 예매하면 입장료 2만~5만원을 40% 할인해준다. 원나라 때 기군상이 쓴 잡극으로 2015년 초연 당시 고선웅의 연출로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이번 재공연에도 관객의 기립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1644-2003.
■ 친구·연인끼리 뮤지컬 볼까?
뮤지컬 <오! 캐롤>은 중장년층 관객의 예매율이 높다. 남경주, 서범석, 전수경, 김선경 등 한국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오! 캐롤>은 설 연휴 기간 5만~12만원 입장료의 3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또 50살 이상이나 모녀가 함께 보는 관객에겐 30%를 할인해준다.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주크박스 뮤지컬로 1960년대 미국 마이애미 리조트에서 펼쳐지는 여섯명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월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비비시에이치(BBCH)홀에서 공연한다. (02)2056-5787. 이후 최정원 등이 새롭게 합류해 다음달 28일부터 5월7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앙코르 무대를 연다.
700회 공연을 앞두고 샤롯데씨어터에서 순항 중인 뮤지컬 <아이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설 연휴 기간에 예매하는 관객에게 입장료 6만~14만원을 3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엘턴 존과 팀 라이스 콤비의 음악으로 200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아이다>는 토니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800여벌의 화려한 의상과 70여개의 통가발, 4.5초마다 바뀌는 조명 등 볼거리가 가득한 뮤지컬이다. 1644-0078.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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