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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동아연극상 운영·심사위원 전원 해촉

등록 2017-02-08 20:32수정 2017-02-08 23:35

위원들 “수상거부 등 원인 우려”
주최쪽에선 “수상거부와는 무관”
박근혜 정부의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맞선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검열각하).
박근혜 정부의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맞선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검열각하).
공연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동아연극상의 운영·심사위원들이 일괄 해촉됐다. 위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맞선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검열각하)의 수상거부와 함께 이경성 연출의 비판적 수상소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연극상을 주최하는 동아일보 문화사업부 관계자는 8일 운영·심사위원 전원 해촉 사실을 밝히고 “지난해 12월 내부적으로 결정했으며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통보를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열각하’ 참여 극단들의 수상 거부나 이경성 연출가의 수상 소감과는 전혀 무관하다. 후임은 연극계 의견을 수렴해 공정하고 신망을 얻은 연극인들로 추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6일 ‘검열각하’ 참여 극단들은 제53회 동아연극상 특별상 수상을 거부한 바 있다. 연극단체가 동아연극상 수상을 거부한 것은 1964년 상 제정 이래 처음이었다.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그녀를 말해요>로 동아연극상 신인 연출상을 받은 이경성 연출이 동아연극상 시상식장에서 ‘상을 준 것은 고맙지만 동아일보가 세월호 진상규명에 적극적이지 못해 딜레마를 느낀다’는 취지의 소감을 말했다. 이 연출은 “기쁨과 동시에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어두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동아연극상을 제정한 동아일보는 지금과 같이 여러 사실이 드러나기 이전에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데 적극적이었던 매체는 아니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임 운영·심사위원들은 7일치로 성명을 내어 “동아연극상 수상거부와 이경성 연출의 비판적 발언이 이번 전원 교체의 원인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위원들은 “수긍할만한 이유 없이, 최소한의 사전교감도 없이, 갑자기 전원을 교체하겠다는 동아일보사의 이번 결정이 큰 충격과 당혹감과 의아함을 안겨주었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전임 동아연극상 운영위원회(최치림 위원장, 김방옥·이병훈 위원)와 전임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김방옥 위원장, 김미도·김중효·노이정·이강백·이병훈·최치림 위원)가 참여했다.

한국연극의 저변확대와 발전을 위해 창설된 동아연극상은 매년 뛰어난 활동을 한 연극인, 극단 및 단체를 선정해 시상해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동아연극상 운영·심사위원 전원 해촉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

동아연극상은 1964년, 동아일보사 사주(社主)셨던 고(故) 일민 김상만 선생이 소극장 창작극 운동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제정하셨고 현재까지 50년 이상 이어오면서 연극계에 큰 의미를 쌓아온 상입니다. 연극인들은 그동안 동아일보사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동아연극상을 지켜온 신의(信義)와 우의(友誼)에 대해 크게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상을 제정하고 주최하는 시행사로서 동아일보사는 그간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회에 완전한 독립성을 부여해왔고 동아연극상이 예술외적인 어떤 압력도 받지 않고 존속하도록 지켜주었습니다. 동아일보사의 지원과 지지 하에 동아연극상의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이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회에 있기에, 첫 심사위원이셨던 서항석, 박진, 유치진, 오영진, 김갑순, 오화섭, 여석기 선생부터 박조열 선생의 헌신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희 운영/심사위원들은 동아연극상이 공정하고 당대 사회에서 의미 있는 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 결과 동아연극상은 자타가 공인하듯 국내 최고의 역사와 정통성과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 되었으며 어떤 의미에서 동아연극상은 이미 동아일보사의 대표적 문화사업일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연극사적으로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운영·심사위원 전원에 대한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교체 통보

그런데 지난 2017년 2월 2일, 동아연극상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은 동아일보사 사업본부 측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씩 받았습니다. 운영/심사위원회의 모든 위원을 일괄 교체하기로 결정했고, 그동안 고생하셨으며, 더 이상 심사를 안 하셔도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한 기록을 찾기는 힘들지만 동아연극상은 이 상의 제안자인 서항석 선생의 추천으로 첫 심사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심사위원들 중 경험 많은 몇 분을 선정해 신문사 측에서 운영위원회를 위촉해왔고, 심사위원 중 여러 가지 개인 사정으로 교체가 필요한 경우는 신문사 측에서 운영위원회와 의논해서 결원을 보충하는 식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운영위원회와 최소한의 사전 교감이나 의논도 없이, 지난 번 심사회의나 시상식 후에도 어떤 언급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방적 통보로 운영/심사위원진 모두를 교체하겠다는 동아일보사의 이번 결정과 처리는 운영/심사위원 모두에게 큰 충격과 당혹감과 의아함을 안겨주었습니다. 납득할만한 절차를 밟아 심사위원들을 교체한다는 것은 물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수긍할만한 별다른 이유 없이, 운영위원회와의 최소한의 어떤 사전 교감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이례적인 방식으로 전원을 교체한 것입니다. 사실, 2017년 연극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54회 동아연극상 심사는 지난 1월 1일에 시작되어 이미 진행 중이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2017 1월 9일 자로 심사 개시 관련 자료를 담은 이메일이 심사위원들과 사업국 사이에 이미 오고 갔기 때문입니다. 만일 사업본부에서 2017년의 심사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면 적어도 1월 1일 이전에 적절한 절차를 거쳐 실행 방안을 구했어야 옳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바는 갑작스럽게 진행된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전원 교체가 현장 연극계와 공조해왔던 그간의 운영원칙을 깨뜨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동아연극상이 제정된 이래 운영/심사위원회는 신문사의 논조나 지향으로부터 자유로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번 조치는 혹여나 지금까지의 운영원칙을 저버리고 동아일보사가 동아연극상의 운영 뿐 아니라 동아연극상의 의미 전체에 필요이상으로 개입하는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염려됩니다.

갑작스런 전원교체의 이유는 무엇인가?

심사위원 교체는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그 절차와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이유로 인해 이례적으로 운영/심사위원 전원을 교체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몇몇 위원이 같은 날 오후, 항의 차 동아일보사 사업국의 문화사업본부장과 통화한 결과 이에 관련해 두 가지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나는 위원 분들이 너무 오래 하신 것 같아 교체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 저희 중 한 위원이, 혹시 이번 전원교체가 지난 2016 동아연극상 시상 결과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물었을 때, 절대로 그렇지 않으며 위원교체는 작년부터 구상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러한 신문사 측의 답변을 믿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해촉 처리의 갑작스러움과 앞뒤가 안 맞는 처리방식을 생각할 때 만에 하나라도 지난 동아연극상 시상 및 시상식에서 있었던 일들이 이번 통보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보도된 바와 같이 2016년 동아연극상에서는 두 가지 좀 특별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하나는 동아연극상 사상 처음 있는 수상거부였습니다. 심사위원회는 특별상으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선정했습니다(심사경위서 첨부). 아시다시피 <검열각하>는 최근 정부의 예술검열사태에 지속적으로 저항하며 그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짚어가기 위해 21개 젊은 극단이 5개월에 걸쳐 강행했던 연극프로젝트입니다. 정부의 지원금 없이 연극인들과 관객의 자발적 모금을 바탕으로 공연했던 신선한 기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권리장전> 측에서는 동아연극상을 존중하고 상을 준 뜻은 고맙지만 기성의 제도적 장치에 편입되는 것이 본인들의 뜻이 아니라며 수상거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점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뜻을 존중했고, 동아일보사 역시 수상거부를 무리 없이 수용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하나의 작은 사건은 지난 1월 23일에 대학로 동덕여대 극장에서 거행된 53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그녀를 말해요>로 신인 연출상을 받은 이경성씨가 동아일보사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한 것이었습니다. 동아연극상을 주신 것은 고맙지만 동아일보가 세월호의 진상규명에 적극적이지 못해 일종의 딜레마를 느낀다는 내용의 짧은 소감이었습니다. 노벨상에서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도, 연말 방송대상에서도 수상자의 각종 의견 표현들은 너그럽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입니다. 그날 시상식의 분위기가 오히려 활기가 있었다고 느낀 건 일부의 착각이었을까요?

이 두 가지 사건들이 이번 운영/심사위원 전원의 전격 교체의 원인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것은 저희들의 우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심사 및 시상결과와 운영/심사위원의 갑작스런 전원 교체가 관련된 것이 아닌가하는 이런 의구심이 이런저런 뒷소문들이 되어 밑바닥에 가라앉거나 그대로 흘러가버린다면 이를 좌시하는 것은 저희들의 도리가 아니며 마지막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쌓아올린 동아연극상의 권위와 공정성에 작지 않은 타격을 입히는 일이며, 앞으로의 동아연극상 운영에 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아연극상에 바랍니다

저희 운영/심사위원들이 이런 입장 표명을 하기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해촉된 운영/심사위원들 중에는 20년 가까이 동아연극상과 함께 한 위원들이 반은 됩니다. 연극인생을 동아연극상과 함께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러니만큼 깨끗하게 물러가지 않고 혹시라도 위원 자리에 연연한다는 비난을 듣지 않을까도 걱정했습니다. 또한 혹시라도 이런 문제제기가 동아일보사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혹은 이를 계기로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어렵게 유지해 온 동아연극상의 존폐가 거론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항간에는 이번 동아연극상 위원 교체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과 소문들이 이미 떠돌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 사태가 동아연극상의 공정성과 정통성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될 여지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문제점을 짚어주는 것이 물러가는 전임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후임 운영위원이나 심사위원, 그리고 동아일보사 측에게도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연극인들에게 동아연극상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많은 연극인들이 동아연극상을 연극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여기며, 동아연극상 수상을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아연극상의 존재감만큼이나 동아연극상의 공정성, 정당성, 자존감을 생각합니다. 시대가 격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동아연극상 심사에 본의 아니게 어떤 외압의 그림자나 어떤 자기검열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 하에 운영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아일보사는 동아연극상을 계속 사랑하고, 그리고 존중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전임) 운영/심사위원들은 우리의 이런 우려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그런 우려와 해석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이를 지적하고, 관심을 환기하고, 후일을 위한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앞으로 동아연극상이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사회의 존경을 받으며 무궁하게 발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아, 이처럼 입장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2017년 2월 7일

전임 동아연극상 운영위원회 (위원장: 최치림, 위원: 김방옥, 이병훈), 전임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김방옥, 위원: 김미도 김중효 노이정 이강백 이병훈 최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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