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니더작센 국제리코더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로크 리코더의 염은초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옥상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초등학교 3학년 때 ‘마법 같은 소리’에 홀렸어요. 단순하면서도 재미있어 미친 듯이 연습했어요. 4학년 때 캐나다 토론토 교류공연을 갔고, 5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예비학교 오디션을 봐 이듬해 입학했어요.”
겨울의 끝자락, 봄의 탄성 같은 염은초(25)의 리코더가 찾아온다. <마리텔>(문화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꽤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본색은 ‘바로크 리코더의 전도사’다. 흔히 ‘초딩 악기’로 알려진 리코더로 깊고 오랜 바로크음악을 듣기 쉽도록 인도한다. 뉴질랜드, 스위스, 영국 유학을 거쳐 2012년 독일 니더작센 국제리코더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했다. 당시 심사위원장은 그를 “스테이지 몬스터”라고 극찬했다. 2015년엔 영국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리코더 박사’를 땄다. 이달말 하프시코드 거장 기타야 나오키와 듀오콘서트를 앞둔 그를 1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독일 니더작센 국제리코더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로크 리코더의 염은초.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콘서트 제목은 ‘토털리 바로크’로 ‘바로크음악의 모든 것’쯤 된다. 연주곡은 텔레만의 ‘환상곡 3번 나단조’와 ‘리코더 소나타 다장조’, 헨델의 ‘리코더 소나타 가단조’, 코렐리의 ‘라 폴리아’ 등이다.
“텔레만의 환상곡 3번은 데뷔 앨범으로 텔레만 환상곡 전곡을 담은 시디 <은초 판타지 인 런던>(Euncho Fantasy In London) 수록곡이에요. 이 곡은 리코더 대가이자 고음악 연주단체 ‘18세기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프란스 브뤼헌이 유튜브에 올려 굉장히 유명해요. 한마디로 4분30초 안에 바로크음악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염은초는 대학생 때 네덜란드에서 브뤼헌을 직접 만났다. 그는 짧게 “굿 럭!”이라고 염은초를 격려했다. 당시 18세기 오케스트라를 5일 동안 참관했고 바로크음악 공부에 큰 도움을 받았다.
이번 연주곡 중에는 코렐리의 ‘라 폴리아’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크음악을 통틀어 가장 비르투오소(연주 대가)스러운 곡이에요. 코렐리가 원래 바이올린을 위해 작곡했고 리코더로도 많이 연주되는 곡이거든요.” 이 곡은 스페인의 고음악 대가 조르디 사발의 연주로 유명하다. 염은초는 사발이 음악을 맡은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협연자인 기타야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제가 10년 전 일본 야마나시 콩쿠르 우승자 콘서트 때 기타야가 관객으로 와 인사를 나눴는데, 이후 7년 전 기타야의 스위스 취리히 공연 때는 제가 보러 갔어요. 원하는 대로 소리를 표현하고 역동적이고 섬세함을 지닌 ‘감수성의 대가’이시죠.”
음악가로서의 자세는 고음악의 디바인 영국의 소프라노 에마 커크비한테 배웠다. “영국 마스터클래식과 일본 연주회 때 일주일 동안 함께했어요. 그런데 직접 도시락을 싸 다니는 거예요. 엄격한 자기관리 자세를 배워 저도 니더작센 우승 때 음식을 싸 다녔어요.” 커크비는 데이비드 헬프갓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샤인>에 쓰인 비발디의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를 불렀다.
리코더를 연주하다 보니 초등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제 별명이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인데요, 지방 공연 때 초등생 200~300명이 몰려와 공책에 사인해달라고 몰려들어 붙은 거죠. 2014~15년 스페인을 비롯해 전세계 초등학교 공연을 수도 없이 했고요. 호호.”
독일 니더작센 국제리코더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로크 리코더의 염은초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옥상에서 다양한 리코더를 선보이고 있다. 가장 큰 것이 베이스 리코더, 푸른색은 교육용 소프라노 리코더, 붉은색은 독일산 리코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리코더를 잡은 지 15년, 염은초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13살 때 박영민(부천필 지휘자) 선생님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비발디 리코더협주곡을 연주했는데, 다시 서울시향과 협연하고 싶어요. 오는 8월엔 과천시립교향악단과 바흐 리코더협주곡 974번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세상의 모든 아침>같이 정통 바로크, 르네상스음악 등을 다룬 예술영화 사운드 트랙에도 참여하고파요.”
염은초는 책을 내는 데도 적극적이다. 오는 20일 나오는 <판타스틱 리코더>(삼호뮤직)는 페이스북에 올린 히트곡 20개를 악보와 에세이, 화보로 꾸민다. 4월말엔 두번째 책으로 리코더 교본 <염은초의 리코더랜드>(가제)도 내놓을 예정이다.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 (02)580-130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