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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윤이상·쇼스타코비치 손잡고 온 구자범

등록 2017-03-06 15:15수정 2017-03-06 20:18

이달 16일 군산시향 이끌며 4년 만에 교향곡 지휘
탄생 100돌 윤이상 곡, 100돌 맞는 러시아혁명 기념작품 연주
“분단-억압체제 맞서 싸운 예술가의 고민 공통점”
3월16일 군산시향을 이끌고 윤이상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구자범 지휘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월16일 군산시향을 이끌고 윤이상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구자범 지휘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두 편의 100년. 거의 4년 만에 교향곡의 지휘봉을 드는 구자범(47)의 선택이다. 한 편은 올해 탄생 100돌을 맞은 윤이상(1917~95)의 교향곡, 다른 한 편은 100돌을 맞은 러시아혁명을 가리키는 ‘1917’이라는 부제의 쇼스타코비치(1906~75) 교향곡.

구자범은 이달 16일 군산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해 윤이상의 실내교향곡 2번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번을 연주한다. 100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교향곡 두 편을 전-후반부 연속으로 감상할 좋은 기회다.

“윤이상과 쇼스타코비치 작품 모두 100년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회에서 살았지만, 예술가로서 또 체제의 희생자로서 분투했다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구자범은 ‘분단체제의 희생자’ 윤이상과 ‘옛 소련체제의 희생자’ 쇼스타코비치의 예술적 고뇌에 주목했다.

“윤이상의 악보를 보면, 음정 하나하나에도 우리 전통음악 양식을 표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반대로 쇼스타코비치 악보를 보면, 음표를 빼면 다른 요소들은 자세하게 표현하지 않았어요. 옛 소련 사회주의 정권이 러시아 정서를 음악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죠.” 윤이상이 분단과 억압에 맞서 민족적 음악 형식과 자유로운 정신을 추구한 것처럼, 쇼스타코비치도 러시아 민족 정서와 자유로운 창작혼을 갈망했다는 설명으로 보인다.

군산시향을 이끌고 두 편의 교향곡으로 연주할 예정인 구자범 지휘자. <한겨레> 자료사진
군산시향을 이끌고 두 편의 교향곡으로 연주할 예정인 구자범 지휘자. <한겨레> 자료사진
그렇다면 두 교향곡은 어떤 곡일까? 먼저, 윤이상의 실내교향곡 2번 <자유의 희생자들에게>(Den Opfern Der Freiheit). 1989년 작품으로 분단의 속박과 음악적 경계에서 벗어나고자 한 윤이상의 간절한 마음이 잘 녹아있다는 평가다. 윤이상이 자신의 대편성 관현악곡 <예악>(禮樂)과 마찬가지로 한국 전통음악 소재를 서양악기의 기교와 어법으로 풀어낸 명작이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독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윤이상은 1967년 박정희 정권의 ‘동베를린 간첩단 조작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사후 22년이 지나도록, 낡은 이념은 그를 옥죄어 아직도 ‘상처받은 용’으로 남았다.

이어 후반부에 연주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 <1917>. 악보 첫 페이지에 ‘레닌을 기억하며’라는 부제를 단 교향곡은 꼭 100년 전 러시아에서 왕정을 무너뜨린 10월혁명(볼셰비키 혁명)을 소재로 1961년 작곡돼 그해 초연됐다. 리듬의 명쾌함과 특유의 드라마틱한 어법이 속도감 있게 표현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에게는 늘 당의 감시와 억압이 뒤따랐다.

구자범은 한국인 최초 ‘하노버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단) 수석 상임지휘자를 지낸 뒤 광주시립교향악단, 경기필하모니오케스트라 등에서 카리스마와 에너지, 깊이 있는 해석으로 팬을 몰고 다녔다. 지난해 11월 셰익스피어 원작, 베르디 작곡의 오페라 <맥베스>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섰지만, 경기필 상임지휘자를 떠난 뒤 교향곡 연주는 처음이다.

2013년 구자범이 음악계를 떠나 부산에 머물 때 그를 만났던 백정현 군산시향 상임지휘자가 이번 연주를 부탁했다고 한다. 3월16일 저녁 7시30분 군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 (063)454-5559.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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