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문극장 무대에 오르는 김은성 작, 전인철 연출의 연극 <목란언니>. 두산아트센터 제공
갈등을 주제로 석달간 인문·예술여행을 떠난다. ‘두산인문극장’이 올해 주제를 ‘갈등’으로 잡고 이달 20일부터 6월17일까지 공연·전시·강연·영화 상영을 다채롭게 펼친다.
먼저 지난해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으로 주목받은 김재엽 작·연출의 신작연극 <생각은 자유>가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작품성을 검증받은 연극 <목란언니>와 <죽음과 소녀>, 안은미의 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가 합세하고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김연철 인제대 교수 등의 강연이 뒤를 받친다. 공연 4편, 전시 1편, 강연 10편, 영화 3편 등 18편의 프로그램으로 전시, 강연, 영화는 무료다.
두산인문극장 무대에 오르는 안은미 안무의 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에선 디아스포라의 시선
연극 공연에선 자기땅을 떠나 낯선 곳을 떠도는 이주·이산이라는 디아스포라(diaspora)의 시선이 눈에 띈다. <생각은 자유>(5월23일~6월17일)가 이주·난민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목란언니>(3월28일~4월22일)는 탈북민을 통해 사람 사이의 정서적 분단을 그리며, 아리엘 도르프만 원작의 <죽음과 소녀>(5월2~14일)는 국가폭력 희생자의 어두운 내면을 현미경적으로 탐구한다.
먼저 <생각은 자유>는 독일의 민중가요 ‘생각은 자유다’(Die Gendanken sind Frei)에서 영감을 얻었다. 김재엽 연출이 독일 베를린에서 1년 간 쓴 일기, 창작노트, 인터뷰 등을 활용해 세계시민, 이주민, 난민의 시각으로 한국과 베를린의 예술과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탐문한다. 강애심, 지춘성, 하성광, 정원조, 이소영, 유종연, 김원정, 박희정, 유안나 등이 출연한다.
이와 함께 김은성 작, 전인철 연출의 <목란언니>는 탈북 여성 조목란의 눈에 비친 남한사회 모습을 그린다. 강지은, 유병훈, 조영규, 김주완, 안병식, 백성철, 이지혜, 김정민, 김민하, 하현지, 김벼리 등이 출연한다. 아리엘 도르프만 원작의 <죽음과 소녀>는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에서 제목을 따왔다. 칠레 독재정권의 성고문을 당한 주인공은 자신을 고문한 의사를 감금·폭행하며 사적인 보복의지를 불태운다. 박지혜가 번역·연출하고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이 출연한다.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3월25·26일)에선 오디션을 통해 뽑은 할머니들이 <단발머리> 노래에 맞춰 막춤을 춘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두산인문극장2017 포스터. 두산아트센터 제공
#강연·영화·전시로 ‘갈등’ 탐구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강연은 갈등의 여러 측면을 조망하도록 알차게 꾸렸다. 국제인권법 전문가 백태웅 교수는 이달 27일 기조강연 ‘우리 시대 갈등의 종단면과 횡단면’으로 대중들과 만난다. 개인, 국가, 국제사회를 가르는 갈등을 짚어보고,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한다.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소장은 4월17일 ‘경제적 갈등,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집단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욕망의 무한성 명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토스타인 베블런의 본능론에 대해 살펴본 뒤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상층집단과 하층집단의 분배 투쟁과 불평등에 대해 알아본다.
북한 전문가 김연철 교수는 4월24일 ‘남북관계, 갈등과 협력사이’로 청중과 만난다. 남북갈등 해소를 위해, 민간 차원에선 교류를 통해 상호이해를, 정부 차원에선 정치군사적 현안에 대한 갈등관리를, 국제 차원에선 핵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영화는 이달 30일과 4월24일 <무산일기>, 이달 20일과 5월1일 <밑그림 프로젝트>, 이달 20일과 5월29일 <대답해줘>가 상영된다. 강연과 영화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샌정과 홍범 작가의 전시 <또 하나의 기둥>은 4월12일~5월27일 두산갤러리에서 열린다. 자세한 프로그램과 일정은 누리집(
doosanartcenter.com) 참조.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