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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춤꾼의 눈과 가슴에 살아있네, 피나 바우슈

등록 2017-03-15 16:56수정 2017-03-15 21:34

세상뜨기 1년 전 안무한 ‘스위트 맘보’
24~27일 오랜 동료들이 국내 초연
사랑·고독 등 인간 모든 감정 춤으로
피나 바우슈 안무의 <스위트 맘보>. 엘지아트센터 제공
피나 바우슈 안무의 <스위트 맘보>. 엘지아트센터 제공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부재는 가장 강렬한 열망이다. 세상을 뜬 지 8년, ‘현대무용의 혁명가’ 피나 바우슈(1940~2009)를 향한 그리움은 해를 더할수록 커진다.

친구였던 영화감독 빔 벤더스는 바우슈가 생각나면, 헨리 퍼셀의 바로크 오페라 <디도와 아이네이아스>의 아리아 ‘내가 땅에 묻혔을 때’를 듣는다. 초기작 <카페 뮐러>(1978)에서 바우슈는 45분간 이 음악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을 핍진하게 그려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피나>에서 벤더스는 황홀경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바우슈의 대표작 <풀문>(2006)의 명장면을 영상으로 선사하기도 했다.

영화팬들이라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2002)도 기억날 것이다. 마지막 장면 여주인공이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날 때, 희망을 담은 바우슈의 작품 <마주르카 포고>(1998)를 삽입했다. 그는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춤연극(탄츠테아터)이란 새로운 양식을 개척했다. 춤꾼이자 안무가였지만, 그의 그림자는 무용을 넘어 음악, 연극, 영화로까지 광범위하게 드리웠다.

현대무용의 혁명가로 불리는 피나 바우슈. 엘지아트센터 제공
현대무용의 혁명가로 불리는 피나 바우슈. 엘지아트센터 제공
피나 바우슈의 춤에 아직 그의 체온이 남아 있을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런 희망적인 대답도 있다. “비록 피나 바우슈의 육체는 이곳에 없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여전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 많은 비밀을 샅샅이 탐구하며, 그녀의 예리한 정직함과 천재성을 조각하고 있는 부퍼탈 탄츠테아터 무용수들의 눈, 목소리, 가슴 속에서.” 영국 일간신문 <가디언>이 2014년 에든버러에서 공연한 바우슈의 <스위트 맘보>(2008)에 별 다섯 개 만점을 주며 쓴 리뷰다.

바우슈가 세상을 뜨기 1년 전 안무한 ‘유작’ <스위트 맘보>가 처음으로 국내팬과 만난다. 그가 이끌던 부퍼탈무용단의 내한공연이다. 안무가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나면 춤의 원형이 변형·왜곡된다고 한다. 바우슈가 없는 무대는 덜 격정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이번에 출연하는 춤꾼 10여명이 10~20년 바우슈와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이다. 브라질 출신의 춤꾼 레지나 아드벤투는 1993년 입단해 바우슈와 16년 동안 함께했다. 2014년 에든버러 <스위트 맘보> 공연에서 그는 객석으로 몸을 기울이며 “내 이름을 잊지 말아요. 레지나. 레, 지, 나!”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자신 속의 피나 바우슈를 호명한 ‘오마주’로 보였다. 바우슈는 자신이 모든 안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과 아이디어를 제시해 단원들의 생각과 동작을 끌어내 작품을 만들었다.

피나 바우슈 안무의 <스위트 맘보>. 엘지아트센터 제공
피나 바우슈 안무의 <스위트 맘보>. 엘지아트센터 제공
어디 레지나뿐이랴. 러시아 출신으로 1994년 입단한 안드레이 베레진, 그리스 출신으로 1993년 입단한 다피니스 코키노스, 스페인 출신으로 1979년 입단한 나사레트 파나데로, 프랑스 출신으로 1978년 입단한 엘레나 피콘, 호주 출신으로 1988년 입단한 줄리 섀너핸 등등….

춤꾼들은 무대 위를 달리고, 스스로 물을 끼얹고, 관객에게 말을 건다. 다투고, 흔들리고, 유혹하며 남녀 관계를 묘사한다. 특히 7명의 여성 춤꾼은 자신의 개성을 담아 사랑, 절망, 열정, 외로움, 두려움, 희망 등 인간의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무대는 피나 바우슈의 오랜 예술적 동반자인 페테르 팝스트가 디자인했다. 2007년 인도를 배경으로 제작한 <뱀부 블루스>의 무대를 변형해 간결하고 상징적인 무대로 만들었다. 하얀 커튼은 물결처럼 흩날리고, 그 위로 독일 흑백영화 <파란 여우>(1938)를 투사한다. 이를 배경으로 다양한 솔로와 앙상블의 움직임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는 24~27일 서울 엘지아트센터.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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