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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야기하는 춤꾼 김남진…‘n포세대’를 무대로

등록 2017-03-20 13:51수정 2017-03-20 20:16

댄스씨어터 창의 ‘길, 걷다’
2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
청년실업 중압감 다룬 작품
추상적 이미지보다 사실성 중시
김남진이 안무한 ‘댄스씨어터 창’의 <길, 걷다>의 한 장면. 엠시티 제공
김남진이 안무한 ‘댄스씨어터 창’의 <길, 걷다>의 한 장면. 엠시티 제공

지난해 10년을 맞은 ‘댄스씨어터 창(倡)’. 남사당패를 오마주하는 ‘광대 창’ 자다. 저잣거리 민초들과 함께 뒹굴며, 불러만 주면 어디든 달려가 춤을 추는 유랑 연희집단이 남사당패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댄스씨어터 창’을 이끄는 김남진 안무가는 늘 ‘지금 여기’ 한국사회를 응시하며, 추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사실성에 바탕한 이야기에 집중해왔다. 무용과 연극의 결합을 시도하는 댄스씨어터(Dancetheater)라는 말은 피나 바우슈의 탄츠테아터(Tanztheater)를 연상하게 한다. 남사당패와 댄스씨어터, ‘댄스씨어터 창’을 이해하는 두 열쇳말이다.

“관객들은 그의 춤에서 남북분단, 환경위기, 세상의 위선 등 상당히 직설적으로 묘사되는 ‘현실의 무대’를 만나왔다. 여기서 표현되는 퍼포먼스적 전개, 인체 변형, 직설적인 사회성 등은 김남진만의 움직임에 대한 남다른 안무력으로 관객들을 자극한다.”(김채현 무용평론가, 2016년 10월 <춤웹진>)

‘댄스씨어터 창’이 이번에도 우리사회 가장 예민한 성감대와 마주하며, 주체할 수 없는 열병 같은 춤언어를 토해낸다. 이번주 무대에 오르는 <길, 걷다> 공연으로, 소극장에 최적화한 <무게>와 <씻김> 두 작품을 한 꿰미로 엮었다. 1부 <무게>는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한 청춘들이 하루하루 견뎌야 하는 중압감에 대해, 2부 <씻김>은 상처받은 영혼과 불효를 ‘씻김’하는 사부곡이다.

‘댄스씨어터 창’의 <길, 걷다>의 포스터. 엠시티 제공
‘댄스씨어터 창’의 <길, 걷다>의 포스터. 엠시티 제공
먼저 청년실업 등 청춘의 버거운 중압감을 다룬 <무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오포세대, 칠포세대, 엔(n)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우리사회의 초상이다. 취업의 족쇄를 차고 여기저기 끌려다니고, 학자금 빚을 갚으려 혼자 찬밥을 목구멍에 쑤셔 넣으며, 상사의 호통과 함께 던져진 하얀 서류들과 춤을 추며, 해질 무렵 허기진 공복의 영혼에 찬 소주를 들이붓는다. 프롤로그 구직난, 1장 경쟁, 2장 분노, 3장 희망, 4장 현실로 얼개를 짰다.

그다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 노인빈곤율(2012년 기준 49·6%)을 기록한 한국의 노인세대를 소재로 한 <씻김>. 하지만 구성은 아버지를 그리는 내용에 집중한다. 어린 시절 당당하게만 보였던 아버지는 어느새 검버섯이 피고, 평생을 짐을 지고온 노구는 이제 병상에 누워 눈만 껌뻑이며, 아들은 먼길을 떠나는 아버지의 아픈 상처를 씻어낸다.

한때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김남진은 한국인 처음으로 프랑스 렌 국립현대무용단(1998~2002)에서 춤을 추고, 다시 한국인 최초로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에서 활동했다. 강력한 에너지와 부드러운 움직임에 연극적 요소를 더해, 김남진만의 한국적인 색채의 현대무용으로 발전시켰다.

2006년 창단한 ‘댄스씨어터 창’의 대표작을 보면, <스토리 오브 비>(Story of B, 2006), <더 월>(The Wall, 2006), 햄릿(2007), <미친 백조의 호수>(2009), <똥개>(2011), <봄의 제전>(2014), 아이(EYE, 2014) 등이 눈에 띈다. 연극과 협업으로는 <혜경궁 홍씨>(2014, 국립극단), <문제적 인간 연산>(2015, 국립극단)이 있다. <길, 걷다> 공연 25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1544-155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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