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다시 한국 바이올리니스트의 품에 안겼다.
2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무네츠구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김계희(24)가 1위를 차지하며, 우승자에게 주는 특전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 레인빌 1697’ 바이올린을 2년간 무상으로 임대받았다. 이 명품 악기는 무네츠구 콩쿠르 2011년 우승자 김다미, 2013년 우승자 장유진에 이어 다시 한국 연주자와 포옹했다. 320살 명품 바이올린의 ‘코리아 오디세이’라 부를 만하다. 세 사람은 금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금호영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2017년 무네츠구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금호문화재단 제공ⓒ정의석.
(왼쪽) 2011년 무네츠구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금호문화재단 제공ⓒJun-Young Lee (오른쪽) 2013년 무네츠구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금호문화재단 제공ⓒBonsook Koo
이탈리아 출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는 역사상 최고로 꼽히는 악기 명장. 그가 만든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650여개 현악기는 스트라디바리의 라틴어 발음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 또는 ‘스트라드’로 불린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레인빌 1697’은 아름다운 외형은 물론 선명하고 상냥한 음색으로 연주자와 청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스트라디바리의 황금기(1700~1720년)에 앞서 제작돼 후기 특징인 대담함이 느껴지지 않지만, 몸체가 우아하고 스크롤(바이올린 머리의 곡선 부분)이 아름답다. 원래는 20세기 최고 현악사중주단 중 하나인 ‘아마데우스 스트링 콰르텟’의 제1 바이올리니스트 노르베르트 브라이닌 소유였다. 그의 사후에는 포르발 재단이 주최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콩쿠르의 우승자에게 임대됐으며, 이후 무네츠구 콩쿠르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우승 당일 곧바로 악기를 받은 김계희는 “콩쿠르 우승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러운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하게 되다니 꿈만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김다미, 장유진 등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 이 바이올린으로 다시 한번 도약을 꿈꿉니다”라고 했다.
김계희는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2008년 그네신주니어국제콩쿠르 1위, 2009년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2014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박성용영재특별상, 2016 조르지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1위에 올랐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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