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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핏빛 엔딩’ 재촉하는 임세경의 고음 행진

등록 2017-04-05 13:49수정 2017-04-05 21:08

[프리뷰] ‘팔리아치’와 ‘외투’
국립오페라단 올해 첫 작품
임세경 힘있고 탁 트인 음색
칼 태너는 특유의 미성 선사
객석-극중극 속 객석 마주해
현실-환상 사이 경계 줄타기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올린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올린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국립오페라단 제공
핏빛 엔딩. 파국으로 치닫는 질투와 복수심, 가쁜 숨을 몰아쉬는 오케스트라, 극장 천장에 에코로 걸린 소프라노의 비명, 현장을 도망치는 범인처럼 재빠르게 내리는 막.

두 편의 치정살인극이 한 오페라 무대에 섰다.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의 3대 걸작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팔리아치>, <외투> 가운데 국립오페라단이 선택한 <팔리아치 & 외투>다. 6~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을 앞두고 4일 미리 두 편을 살펴봤다.

먼저 레온카발로 작곡의 <팔리아치>. 낭만주의를 배격하고 현실을 얘기하는 베리스모 오페라답게 실화가 바탕이다. 1870년대 성모승천축제(8월15일) 때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극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배우인 유랑극단장의 아내가 다른 사내와 눈이 맞자, 격분한 단장이 무대에서 관객이 보는 가운데 아내와 그 애인을 죽인다.

여주인공 ‘넷다’는 소프라노 임세경과 사이요아 에르난데스가 더블캐스팅 됐다. ‘저 위에서 새들이 자유롭게 지저귀네’(Stridono lassu, liberamente)가 대표적인 아리아. 이날 무대에 오른 임세경은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음색과 춤으로 남편이 아닌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인을 잘 표현했다. ‘핏빛 엔딩’을 재촉하는 고음 행진. 임세경은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음색과 쭉쭉 뻗는 힘찬 고음을 가진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 하지만 이 작품에선 <아이다>나 <투란도트>처럼 폭발적인 고음은 없다. 사실적인 흐름을 중시하다보니 여성 주인공의 아리아를 기교적으로 강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유명한 아리아로 남편 ‘카니오’의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ppa)와 연인 ‘토니오’의 ‘실례합니다’(Si puo?)가 나온다. ‘카니오’를 맡은 칼 태너(루벤스 펠리차리 더블캐스팅)는 라스칼라극장 등 세계 유명극장의 주역답게 매혹적인 미성을 구사했다.

주목할 점은 무대. 1막이 현실이라면 2막은 극중극 형태의 허구다. 2막에서 무대 뒤에 또 다른 객석이 마련됐다. 실제 객석과 극중극 속의 객석은 마주봤다. 마주보는 현실과 환상은 서로 경계를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였다. 75분.

국립오페라단의 <외투>는 파리 센강의 배에 사는 하층민의 삶을 그렸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의 <외투>는 파리 센강의 배에 사는 하층민의 삶을 그렸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20분 휴식 뒤엔 푸치니가 작곡한 <외투>가 막을 올렸다. 파리 센강의 배에서 사는 하층민을 소재로, 창고 주인이자 선장이 바람난 아내를 죽이는 심리묘사가 날카롭다. 이들의 모습은 빅토르 위고의 표현인 ‘불쌍한 사람들’(레 미제라블)과 다르지 않다. 임세경은 이번엔 선장 아내 ‘조르젯타’를 맡아 ‘내 꿈은 달라요’(‘E ben altro il mio sogno)를 부른다. 파리 교외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부르는 인상적인 곡이다.

무대는 허름한 붉은 벽돌 창고다. 창고는 짐을 진 노동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현실적 공간, 창고 뒤쪽은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 밀회를 꿈꾸는 환상의 공간. 장면을 전환하는 회전무대는 ‘조르젯타’의 반복적인 일상과 일탈을 동시에 암시했다. 55분.

두 편 모두 아내의 ‘핏빛 비명’으로 막을 내린다. 주세페 핀치가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유럽에서 급부상하는 페데리코 그라치니가 연출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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