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의전당이 지휘료를 과다 지급해 논란을 빚는 리카르도 무티 미국 시카고심포니 음악감독.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경기도문화의전당(사장 정재훈·이하 전당)이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6) 시카고심포니 음악감독을 초청하면서, 전례나 업계 관행보다 세 배 가까운 지휘 출연료를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전당 쪽은 무티가 애초에 계약한 의사(medical doctor) 대신 아들을 동행한 것도 사실상 묵인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 예술기관으로서 ‘혈세 낭비’와 ‘도덕적 해이’라는 두 가지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5일 전당 쪽과 공연계 인사의 말을 종합하면, 전당은 이달 6~7일 두 차례 ‘무티 베르디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항공료·숙박비 등을 뺀 출연료 24만유로(약 2억8700만원)에 무티와 계약했다. 지난해 3월 계약금 11만3000유로(약 1억5000만원), 올해 2월 중도금 5만5000유로(약 7500만원)를 이미 지급했고 오는 10일 잔금 7만2000유로(약 1억원) 지급만 남겨놓은 상태다.
하지만 1회에 1억4000여만원에 해당하는 지휘료는 전례나 업계 관행에 견줘볼 때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인 베를린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1회 지휘료가 2009년 기준으로 3만5000유로(약 5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특에이(A)급 지휘자에 해당하는 무티 역시 1회 지휘료는 5000만원 내외가 합리적이라는 게 국내 공연기획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래틀을 기준으로 볼 때, 무티에게 지급된 지휘 출연료는 관행의 세 배에 이르는 셈이다.
전당이 지난해 진행한 ‘무티 프로젝트’ 3개 사업도 과다 지급 논란이 일기는 마찬가지다. 3개로 쪼갰지만 해당 사업들은 무티가 입국한 지난해 5월21일부터 출국한 30일까지 열흘간 이뤄진 사실상 한 개의 사업으로, 무티는 3개 사업을 통해 모두 6억7000만원(세금 포함)의 지휘 출연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출연료 과다 지급은 엄격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정교하게 회계를 처리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자세와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이는 감사 대상에 해당된다.
무티가 의사 대신 아들을 동행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이번 무티 공연에는 그와 에이전시 관계자 2명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이 2명이나 함께 왔다. 이를 두고 전당 쪽은 “아들은 무티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고, 그의 매니지먼트도 맡고 있다.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의사 대신 아들로 바뀐 것”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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