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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추사의 ‘내밀한 성정’ 엿보기

등록 2005-11-11 17:39수정 2005-11-11 17:39

추사의 ‘내밀한 성정’ 엿보기
추사의 ‘내밀한 성정’ 엿보기
20일까지 ‘작은 글씨전’ 편지·시·그림등 124점 전시

“…아무리 심한 더위와 추위라도 나 보지 않고 지레 돌아가선 안 되니 반드시 멈추시오. 그 생각이 흔들리면 몽둥이 삼십대가 기다릴 겁니다.”

숫제 협박(?)에 가까운 이 글은 조선후기의 명필인 추사 김정희(1786~1856)가 금강산에 있던 친구 초의선사(1786~1866)에게 보낸 편짓글의 서두다. 차로 인연 맺은 당대 최고의 지성과 선지식은 이처럼 우정을 나누는 데 흉허물이 없었던 모양이다. 초의가 말 안장을 잘 못 타서 엉덩잇살이 까졌다는 말을 듣고 보낸 계묘년(1843) 편지는 “내 말 듣지 않고 망동(妄動)을 하였으니 어찌 망보(妄報)가 없겠느냐”며 “사슴 가죽에 밥풀을 되게 이겨서 상처에 붙이면 좋다고 하니 중 살가죽이 사슴 가죽과 견줘 어떤 지 보자”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11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과천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추사의 작은 글씨’ 전은 추사의 인간적 향기가 어린 강건단아한 소품 글씨들을 선보인다. 생전 추사가 편지, 시, 산문 등에 남긴 소품 글씨들과 그림 등 124점이 나왔다. 일부는 추사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처음 공개되는 글씨만 81점이고 기존 문집에 없는 글씨도 많아 눈을 동하게 한다.

가장 흔한 것은 간찰로 불리우는 해서, 행서체의 편짓글이다.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인 초의, 권돈인 등 문인, 제자에게 보낸 자유로운 운필의 추사체 글씨다. 여러 서체, 필획의 둥글고 모남, 굵고 가는 기운 등이 함께 녹아있는 특유의 글씨에는 평생 유배의 고역이 따라다닌 신산한 삶이 있고, 다른 한편에 선과 차에 심취하며 문인들과 나눈 우정의 흔적들이 어려있다. 과천 은거 시절 친구 권돈인에게 쓴 편지 ‘마천십연(磨穿十硏·사진)’은 처음 발굴된 것으로 간찰 쓰는 법도에 구애받지 않음을 밝히면서 “70년 동안 열 개의 벼루를 갈아 없애고 천여 자루의 붓을 다 닳게 했다”는 유명한 구절을 쓰고 있다. 부인이 먹을 미음을 챙기는 한글편지, 제자의 시문을 평한 글, 한나라 비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는 임모작 <경군비 절록> 등도 보인다. 이동국 서울 서예박물관 학예사는 “소품글들은 추사체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판 글씨 등에서 찾기 어려운 그의 내밀한 성정과 기질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02)504-6513.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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