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이 지휘하는 부천필이 지난해 7월 일본 가나자와에서 연주하는 모습. 부천시립예술단 제공
“지난해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6번을 낸 데 이어 올해 말러 교향곡 1번을 냈다. 지난해 일본 가나자와에서 이 곡을 연주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말러가 처음 작곡한 원본에 있었다가 나중에 빠진 2악장 ‘블루미네’(blumine, 꽃)를 보너스 트랙으로 넣은 게 특징이다.”
새 음반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소니클래시컬)을 낸 박영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소감이다. 한국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던 부천필은 2015년 박영민 상임지휘자 취임 뒤 한층 더 진화된 사운드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말러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는 교향곡 1번은 28살 때 완성한 야심찬 곡으로, 장 폴의 소설 <거인>(Titan)을 바탕으로 했다. 최은규 음악칼럼니스트는 음반에 첨부된 해설을 통해 “말러 자신이 표현했듯 교향곡 속의 거인은 ‘삶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운명에 대항하는 거인’”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민이 지휘하는 부천필이 발매한 말러 교향곡 1번 음반. 소니클래시컬 제공
박 지휘자는 “지난해 7월 경기 고양 아람누리음악당에서 나흘 동안 강행군을 하며 녹음했다”며 힘겨웠던 제작과정을 돌아봤다. 녹음 작업에 한국 최고의 톤마이스터(녹음·편집을 전담하는 음향 엔지니어) 최진이 참여함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성숙한 시선을 견지한 듯 온화한 표정과 회상조의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연주”라고 음반을 평가했다.
박 지휘자는 부천필 취임 이래 ‘박영민의 말러 시리즈’, ‘프렌치 클래식 시리즈’, ‘월드 뮤직 클래식 시리즈’ 등 여러 시대의 폭넓은 음악과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바그너의 작품을 해마다 선보이는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도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도전하고픈 게 아직 산더미다.
“지난해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를 성악과 합창단을 포함해 콘서트 버전으로 올린 데 이어, 올해 5월 ‘바그너의 향연’에선 4부작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를 로린 마젤이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한 <무언의 반지> 등을 연주한다. 우리나라에선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는 2시간30분 분량의 <라인의 황금>을 올릴 생각이다.”
앞으로 연주할 교향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다. “관악과 현악의 밸런스가 잘 맞는 오케스트라가 할 수 있는 곡이다. 부천필은 19세기 레퍼토리는 거의 다했다. 다만 현대음악으로 넘어가면 기존 오케스트라 시스템으로는 한계도 있고, 리마커블한(두드러진) 작곡가도 없고, 관객도 어려워해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박 지휘자는 내년 부천시립예술단 창립 30주년을 맞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녹음할 예정이라고 했다. 레이블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하던 곳(소니)에서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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