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돈암동 51-49번지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에서 젊은 창작자들의 연극축제 ‘화학작용3’이 열린다. 화학작용3 제공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동 51-49번지. 연극인들이 대학로를 벗어나 미아리고개에서 8주간 ‘신작 춘투’를 벌인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연극축제 <화학작용3: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편>. 5월4일~6월25일 미아리고개 예술극장과 미아리고개 하부공간 ‘미인도’에서 열리는 이 축제엔 16개 팀이 참여한다. 매주 2개 극단·팀을 하나로 묶어 연이어 공연하는 게 특징이다. 두 극단이 모여 ‘연극적 화학작용’을 일으키자는 뜻. 젊은 창작자들은 봄 기지개를 켜며 신작을 릴레이로 공연하고, 기획·운영·제작 품앗이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연극계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창작그룹의 출현을 예고하는 셈이다. 지역과 손잡고 벌이는 ‘오프오프대학로 연극실험’도 벌인다. 성북문화재단이 협력하고 청년단 민새롬 연출이 대표로 있는 ‘마을담은극장 협동조합’이 공동기획했다.
개막작과 주요작품들은 청년세대의 고립·고민·고독에 주목한다. 개막작(5월4~7일)은 ‘극단 불의 전차’의 <아무도 없는 이 밤>과 ‘신야’의 <코발트블루>. <아무도 없는 이 밤>의 변영진 연출은 “무감각한 청년들의 찬란한 이야기를 다뤘다”고 했다. 군에서 전역한 24살 남자는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고 주변으로부터 이용만 당한다. 등장인물은 군대 선임, 학교 선생님, 동창, 레즈비언, 기독교계 유사종교 전도사와 여신도, 시각장애인 등이다. 소외되고 고립된 청년층을 등장시켜 ‘혼자 남겨질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고 묻는다.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에서 <아무도 없는 이 밤>을 연습하는 장면. 화학작용3 제공
<코발트블루>에는 ‘고달픈’, ‘선명한’, ‘기억’, ‘지움’이라는 네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타인을 외면하려다 되레 잔뜩 말을 쏟아낸다. “코발트블루는 깊은 바다. 속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바다. 너무나 푸르러서 깜깜한 거지. 푸른 빛 어둠. 코발트블루!” 신아리 연출은 “배우들의 말을 고스란히 대사로 옮겨, 파편적이고 감각적이다. ‘살아남은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마주하고 있을까’ 또는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언시 스튜디오’의 <우리 사이는 봄과 같이 불편하고,>(6월1~4일)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마주한다. 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입양 간 조(Joe)는 공군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온 뒤 불안감에 세상에서 도망친다. 그리고 입양기관을 수소문해 친모인 김한나를 찾는다. 외국생활에서 “미시적인 외로움을 느낀” 김지나 연출이 국외입양아를 통해 인간 스스로 짊어진 고독의 문제를 성찰했다. 김 연출은 올해 2월 러시아 방문을 시작으로 고려인의 이주생활을 디아스포라가 아니라 “사람이 낯섦에서 살아가는 모습”에 방점을 찍으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연장이 된 미아리고개 하부공간 ‘미인도’에서 볼 수 있다. ‘화학작용3’은 원래 쓰레기 분리 작업공간이던 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장소에 걸맞은 실험적인 작품을 올릴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페이스북 facebook.com/chemical.action.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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