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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흘러간 대중가요·검은 바지정장…한번도 보지 못한 발레가 온다

등록 2017-06-04 15:15수정 2017-06-04 23:15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술의전당서 8~25일 열려
주제·형식 틀깬 12작품 선봬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예술의전당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예술의전당 제공
새하얀 튀튀(우산을 뒤집어놓은 형태의 발레의상)를 입은 가녀린 발레리나는 ‘발레’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주로 명작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고전발레는 서양악기가 대편성된 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 균질한 몸들이 질서있고도 우아하게 무대를 채운다.

이 모든 편견을 깨는 발레축제가 열린다. 6월8~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는 1930년대 한국 대중가요가 흐르고, 남녀 구분 없이 검은 바지 정장을 입은 무용수들이 객석까지 나와 유머있는 몸짓을 선보인다. 비운의 왕자, 공주의 사랑 대신 비정규직 사원과 엄혹한 사회상이 이야기 소재가 된다. 총 11개 단체의 12개 작품은 2017년 한국 발레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두드러진 특징은 남성안무가들의 약진이다. 공모선정작 7개 가운데 6개가 남성안무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주최 쪽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선정하고 보니 남성안무가가 활약하고 있는 지금 한국 무용계 상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레와 현대무용계를 바쁘게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안무가 김용걸은 신작 <스텝 바이 스텝>을 내놨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하며 무용수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자신과, 국립발레단에서 14년 동안 군무로 활동하다 은퇴한 발레리나 이향조씨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성공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좌절과 허무 같은 감정을 표현한다는 계획이다.

와이즈발레단의 홍성욱 예술감독이 안무한 <더 라스트 엑시트>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이 시대 ‘미생’들의 춤으로 각색한다. 튀튀를 벗은 백조들이 정장을 입고 직장인의 애환을 전한다. 홍 감독은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를 비롯하여 갑을관계, 성차별, 비정규직 등의 사회상을 담고자 했다”며 “직장인들의 마지막 비상구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작품을 ‘흑조의 호수’로 비튼 이루다블랙토프로젝트의 <블랙스완 레이크>는 공고한 사회권력 구조에 병든 이 시대를 투영한다.

기획공연인 ‘초청 안무가 시리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여성과 죽음이다.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세연은 <죽음과 여인>에서 1930년대 한국 대중가요인 박단마의 ‘나는 열일곱살이에요’, 김해송의 ‘청춘계급’ 등을 활용해 친숙함을 더한다. 평소 서양예술인 발레와 한국적 요소를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해왔다는 그의 첫 안무작답다. 미국 워싱턴발레단 주역무용수를 지낸 조주현의 <동행>은 외증조모가 남긴 ‘생일 기념’이라는 글을 모티프로 딸이자 아내, 어머니, 할머니로 연결된 한 여인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검증된 작품과 단원들의 안정된 무대로 축제는 더욱 풍성하다. 세계적 모던발레 작품을 엮어 소개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은 발레는 ‘어렵다’, ‘난해하다’는 인식을 깨고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올해는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 필립 글라스의 곡을 사용한 독일 안무가 라이몬도 레베크의 <화이트 슬립>이 초연된다. 국립발레단은 남성미가 극대화되는 웅장하고 힘있는 발레 <스파르타쿠스>와 <발레 갈라>를 공연한다.

2011년 ‘발레의 대중화’를 내세우며 시작된 대한민국발레축제는 매년 형식과 소재 면에서 다양성을 꾀하는 동시에 발레 관객의 저변을 확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02)580-1300.

김혜경 프리랜서 기자 salutky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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