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도쿄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이엠이 코리아(iMe KOREA) 제공
세계적인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첫 내한공연이 10일 저녁 8시 서울시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렸다. 90분간 열린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이 1만8천석을 가득 메웠다. 음악평론가 블럭(박준우)이 그날의 열기를 전해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1990년대의 끝자락에 데뷔하여 당시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팝 스타다. 당시 많은 여성 솔로 가수가 틴 팝 스타로서의 정체성을 지향하며 데뷔하였고, 그는 틴 팝 스타라는 대세 흐름에서도 먼저 등장했지만 꾸준히 선두에 있었다. 무엇보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라는 라이벌을 두었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틴 팝 스타가 가질 수 있는 모습에 가이드를 제시하며 그 영향력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만들어 낸 흐름을 통해 지금의 수많은 틴 팝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자는 많았고, 위기도 많았다. 후발주자들보다 먼저 나이듦이라는 과정을 겪는 것은 물론, 많은 연애와 구설로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꾸준히 히트곡을 발표하고, 음악 트렌드를 부지런하게 읽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많은 팬층을 두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의 첫 내한공연은 그러한 그의 정체성과 맥락이 공연이라는 포맷을 통해 잘 드러난 시간이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귀엽고 순수한 면모와 섹시한 면모를 동시에 지녔다’는 데뷔 초기 콘셉트가 이번 무대의 안무와 표현에서도 확인되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지닌 틴 팝 스타 포지션에 충실했으며, 히트곡을 많이 보유한 덕에 추억을 소환하는 것도 수월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이기에 가능했던, 동시에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돔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전체 구성이나 특수효과 측면에서는 조금은 아쉬운 무대 세팅이었지만, 엘이디와 레이저 그리고 무대 위 세트를 통해 잘 짜인 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의상도, 영상도 많이 준비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 공연 포스터. 아이엠이 코리아(iMe KOREA) 제공
공연은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조금은 어수선한 가운데 시작했지만, 공연이 열린 뒤에는 많은 이들이 환호하며 공연에 자연스레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 화려한 오프닝이 열리면서부터 플로어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봤다. ‘워크 비치’(Work Bitch)라는 강렬한 곡으로 시작하여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초반부터 압도적인 느낌을 선사하며 공연장을 휘어잡는 아우라를 선보였다. 이후 90분 내내 그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끊임없이 선보였다. 많은 의상을 선보였고, 콘셉트를 살린 무대도 보였다. ‘웁스, 아이 디드 잇 어게인’(Oops, I Did It Again)을 선보일 때는 그 당시 틴 팝 스타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했고, 무대에서의 연기력이나 표현력도 여전히 좋았다. 때로는 과감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임 어 슬레이브 포 유’(I’m A Slave 4 U)를 부를 때는 폴(기둥)이 등장하여 섹시한 느낌을 한껏 살렸고, ‘프리크쇼’(Freakshow) 때는 관객을 불러 올려 섹시한 연출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물론 공연 내내 그가 화려함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카리스마는 있었지만, 케이팝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어딘가 아쉬운 안무였을 것이다. 애크러배틱에 가까운 안무는 댄서들이 맡았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번쩍 들어 올리는 등 이들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부족함을 채웠다. 하지만 케이팝의 날렵하고 민첩함과는 다른 장점이 있었고, 구성에 충실한 볼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히트곡이 가진 위력은 숨길 수 없었다. 여전히 귀엽기도 하고, 카리스마도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였다.
블럭/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