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다수의 국내 매체는 이를 두고 ‘에스엔에스(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잘 활용한 것이 비결’이란 내용의 기사를 냈다. ‘톱 소셜 아티스트 어워드’는 소셜 미디어에서 파급력이 큰 음악가에게 주는 상이다. ‘대통령이 된 비결은 정치를 잘한 것’ 같은 분석이다. ‘에스엔에스를 활용한다’, ‘유튜브에 다양한 영상을 게재한다’ 정도는 지금 웬만한 아이돌은 오래전부터 다들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왜 방탄소년단은 가능했는가’를 살피지 않는다면 정보의 가치가 전혀 없다. 이를 무리하게 보충하려다 보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성공 요인을 분석할 때처럼 ‘말춤은 기마민족의 혼’이라느니, ‘리듬이 심장박동을 닮았다’느니 하는 도시전설 수준의 분석을 보게 될지 모른다.
아이돌들은 에스엔에스를 한다. 활동 상황을 알리고, 멤버들의 예쁘고 멋진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친근하게 말을 건다. 우리가 흔히 ‘소통’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방탄소년단은 거기서 좀더 나아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일상도 공개한다. 때론 음악작업 과정도 보여주고, 팬들과 함께 듣고 싶은 추천곡을 올리기도 한다. 일상이나 애교도 이제 아이돌에겐 직업활동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방탄소년단은 공식 에스엔에스라는 창구를 통해, 직업적인 내용과 덜 정제된 내용을 함께 흘려보내고 있다. 7명이 에스엔에스 계정을 공유하고 있어서 시간차를 두고 이뤄지는 그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교환일기처럼 지켜보는 맛은, 결코 적지 않은 덤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소셜 콘텐츠가 방탄소년단이란 ‘플랫폼’과 맺는 관계다. 방탄소년단은 소위 ‘힙합 아이돌’로서, 작사·작곡·프로듀싱을 직접 해낸다. 그러나 소재와 기법이 ‘리얼’을 강조하고 누구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팀이란 점이 유독 두드러진다. 멤버 각자가 출신지의 방언을 주고받거나, 자신들이 거쳐온 지명을 직접 거론하는 등의 요소들은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함을 준다. 학교와 십대의 삶을 다룬 통칭 ‘학교 3부작’에 이어, 2015년부터 발표한 ‘화양연화’ 연작은 ‘청춘’을 주제로 삼는다. 멤버들이 실제로 성장한 것과도 맞물리지만, 이들의 노래는 어둡다. 꿈은 있지만 가진 것은 없고 좌절하고 고통받으며 방황하는, 어른들의 “노력하라”는 것이 견디기 힘든, 그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청춘이다. 그래서 연작의 결론으로 ‘그럼에도 이 화양연화를 이어가고 싶다’고 노래할 때 강한 울림을 갖는다. 많은 아이돌이 ‘청춘’을 노래하지만 ‘사장님’이 “너희 참 예쁠 때다” 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기도 하다.
그런 맥락이 있기에 소셜 콘텐츠는 더 큰 힘이 된다. 때론 거의 일반인 트위터 사용자처럼 느껴질 때마저 있는 한두 마디가 각별한 의미를 얻는다. 중심 콘텐츠는 분명 음반이다. 하지만 그것이 태어나는 장소는 소셜 미디어상의 부가 콘텐츠에서 엿보이는 일상과 작업이다. 작품이 탄생하게 된 과정과 그 음악적, 정서적 배경, 더 나아가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을 보여준다. 이는 음반과 소셜 콘텐츠를 선명한 하나의 세계관 속에 묶어놓는다. 다른 이들처럼, 무대 위 모습의 이면을 좀 더 보여주는 보완재로서의 소통이 아니다. 작품과 한데 맞물려 돌아가는 서사로서의 에스엔에스 활동이다. 방탄소년단이 에스엔에스에서 ‘해낸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돌로지> 편집장
*이 시대 음악의 고민을 다루는 음악 칼럼이 매주 실립니다. 아이돌팝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 흑인음악 웹진 <리드머> 편집장 강일권, 음악평론가 김윤하가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