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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은 때로 떨어져있을 때 더 절실하다

등록 2017-07-05 18:41수정 2017-08-28 10:36

1~5집 리마스터링한 조동진 이메일 인터뷰

1978년부터 현재까지 되짚은 작업
여러 판본 중 가장 좋은 음원 골라
톤·밸런스 등 맞추며 소리 실험해

사진 엮어 손수 만든 영상 선공개
음원은 11일 전후 서비스할 예정
가수 조동진. 푸른곰팡이 제공
가수 조동진. 푸른곰팡이 제공
가수 조동진이 1~5집 앨범에 실린 전곡의 리마스터링을 조용히 끝냈다. 손수 만든 6분짜리와 8분짜리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이런 사실을 알렸다. 지난달 20일과 26일 올린 동영상에는, 추려낸 대표곡들과 함께 그가 직접 찍은 사진이 스쳐지나간다. 노래는 선명하게 가슴에 박힌다. 시간의 곁에서 그 허무함을 뼈저리게 새기던 이의 목소리가 주는 감회는 여전하다.

조동진은 칠순이 된 지난해 앨범 <나무가 되어>를 내면서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나무가 되어>를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은 ‘올해의 앨범’으로 기념했다. “여기에 노장에 대한 예우 같은 의미가 끼어들 틈은 조금도 없다”고 선정위원 김학선은 말했다. 마스터링 작업을 하며 데뷔로 기록된 1978년부터 현재까지를 찬찬히 되짚어왔을 이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소회를 물었다. 인터뷰는 동생인 가수 조동희가 메신저가 되어주었다.

“바람이 쌓이는 어둔 길을 돌아서가며 길 건너 누군가 부르는 노래 소리에 귀 기울인다.”(1집 ‘바람 부는 길’)

마스터링 작업을 결심한 것은 소리에 대한 관심이다. “노래 작업에 있어서, 음악성이나 노랫말 같은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근본을 이루는 ‘소리’에 대한 실험과 연구는 끝이 없다고 봅니다. 물론 예전의 다소 열악했던 녹음 상황이나 소리 취향은 그것대로의 의미가 있지만, 소리의 세계란 상황만 있을 뿐, 답이 없으니….” 음원 파일의 “톤과 밸런스, 그리고 다이내믹 레인지”를 손보았다. “물론 새로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서, 컨트롤에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만 허용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야겠지요.”

재녹음과 여러 판본 등 노래의 음원이 여러 가지다. 1집(1979년)과 2집(1979년)을 1986년 완전히 새로 녹음했다. 1~3집의 원본이 유실되어 마스터를 다시 만들었기에 시디에도 몇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내는 대로 장사가 되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낸 베스트 앨범도 여럿이다. 조동진은 “70년대 녹음된 음원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 판권이 있는 관계로, 대부분 80년대 이후의 음원들을 사용했다”고 한다. 소속사 푸른곰팡이의 허성혁 대표는 “갖고 있는 음원을 다 들어보고 가장 좋은 걸 골라서 리마스터링했다. 그게 어디서 온 것인지는 아마 본인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면서 종류만 많아졌고 복잡하게 돼버렸어요. 그런 일들이 저의 노래 삶에 적잖은 어려움을 주기도 했지만 이제 다 흘러간 일이고, 돌이키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시간은 내가 따를 수 없는 걸음으로 저만치 가버리고… 그래 나는 여기 여기 남아 있기로 했다”(4집 ‘일요일 아침’)

아날로그로 녹음하고 바이닐이 기본이었던 때로부터 전 과정이 디지털로 변화한 현재까지, 소리가 새겨지는 과정 전체를 컨트롤하는 습성은 변함없다. 사진·영상과의 친연성도 여전하다. “아버지께서는 영화를 하시기 이전, 젊은 시절엔 사진작가이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진과는 어릴 적부터 친근하게 지냈던 셈이고요.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장난감(?)들을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 편입니다. 또 한 가지로는 그게 영상이 됐든, 소리가 됐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관계를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고도의 디지털 기술은 결국은 아날로그화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디지털 기술에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공간과 시간과 경비 절감에 고마울 뿐이지요.”

지난해 <나무가 되어>가 나오기까지 20년의 세월도 궁금하다. “실질적인 음악 활동을 하지 않거나, 악기를 손에 잡지 않는다고 해서 음악을 떠나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게 있어서 음악은 때때로 멀리 떨어져서 바라봄으로 해서 더 선명해지고 더 절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조동진은 1970~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대부’로 불렸다. 숱한 연주자와 들국화·신촌블루스·봄여름가을겨울의 구심점 역할은 1990년 ‘하나음악’으로 옮겨졌고, 이는 2011년 ‘음악 공동체’를 표방한 ‘푸른곰팡이’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푸른곰팡이의 미래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사실을 말한다면 과거에도 암담했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주어진 성향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어둡고 쓸쓸한 희망이 없는 곳일지라도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서 있었는지 나는 구름 낮은 소리로 음 이 노래 불러본다”(‘진눈깨비’ 2집)

리마스터링한 음원은 11일 전후로 음원 사이트에서 서비스된다. 그중 가려 뽑은 베스트 앨범이 9월 중 시디 두 장으로 제작된다. 허성혁 대표는 “조동진이 고른 곡들로 ‘제비꽃’, ‘겨울비’ 등 많이 알려진 곡은 제외될 것”이라고 한다. 연말에는 지난해 나온 앨범 <나무가 되어>를 중심으로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공연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새 노래들로 구성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오래된 노래들을 다르게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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