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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개관 10주년 두산의 희곡 리서치

등록 2017-07-17 16:21수정 2017-07-17 20:42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김요안 인터뷰
외국 희곡을 번역한 작품으로 낭독공연을 기획한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외국 희곡을 번역한 작품으로 낭독공연을 기획한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두산 창업 111주년을 기념해 2007년 재개관한 두산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두산아트센터는 젊은 창작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미학적 실험을 응원하는 두산아트랩을 진행했다. 또한 단일 주제 아래 공연과 전시, 영화 등 통합적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두산인문극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디에이시(DAC) 희곡 리서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세계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의 신작 희곡을 소개하고 낭독하는 자리로, 각각의 공연은 각각의 번역가가 직접 기획했다. 프로그램 전체 기획 및 운영은 두산아트센터의 김요안 프로듀서의 몫이었다.

“그동안 이런 자리가 전혀 없던 건 아닙니다. 한일연극교류협회,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영미희곡연구회 등에서 낭독공연 형태로 소개하는 자리가 있긴 했어요. 그럼에도 이번 리서치 프로그램의 특징을 말하자면 극장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점, 그리고 단일어권이 아니라 영국과 미국, 일본의 작품을 아우르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번역극 낭독공연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공공지원이 창작극으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연극상도 창작극에 주어지는 환경에서 번역극은 상대적으로 창작극보다 관심을 덜 받는 분야가 되었다. 그는 이런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다른 견해도 내놓았다.

“실제로 국내에서 번역극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양에 비해 질에 대한 미학적 평가가 박한 편이죠. 창작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번역가의 역할을 평가절하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는 국내 연극계 풍토도 일조하고 있고요. 번역극을 무대화할 때에도 연출가의 몫을 높이 평가하니까요. 연출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저는 번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서도 번역극 활성화는 필요하고요. 그런 취지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에는 영국과 미국, 일본 3개국의 6편으로 구성하였다. 참여하는 번역가들은 손원정, 이홍이, 고주영, 성수정, 함유선, 이원미 등 6명으로, 모두 두산아트센터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온 번역가들이었다. 그들은 작품 선정뿐만 아니라 연출가 선정 및 배우 캐스팅에도 관여했다.

“다만 몇 가지 원칙이 있었어요. 첫째, 새로운 희곡을 발견하는 ‘뉴 라이팅’. 둘째, 텍스트 깊이 읽는 ‘딥 리딩’. 최근 낭독공연의 경향을 보면 외형적인, 시각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 하다 시각화에 집중하는데, 저는 연극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깊이는 언어가 가진 음악성 등에 있지 시각 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배우의 몸에 의한 발화에 초점을 맞춰 미니멀 무대에서 깊이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바로 이 ‘미니멀 스테이지’가 셋째 원칙이다. 넷째는 번역가로부터 시작하는, 번역가를 중심에 두는 ‘트랜슬레이터 오리엔티드’다. 번역극의 통상적 제작 과정을 보면, 일단 연출가의 손에 넘어간 이후 번역가의 참여 폭은 제한되기 일쑤다. 연출가에 의해 각색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번역가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지원을 했다. 마지막 원칙은 ‘아티스트 서포팅’이다.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춰 참여하는 연출과 배우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원칙을 설명한 뒤 그는 이 말을 덧붙였다. “우리에게는 여기 선보인 모든 작품이 의미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전체 프로그램이 경연 형태가 되지 않도록 하려 조심했어요. 대신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 프로그램의 근본 취지는 과정에 있고,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가 아니라 참여하는 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공연은 그 리서치 자리를 오픈한 것에 불과합니다.”

일단 첫발은 영국과 미국, 일본 3개국의 희곡으로 떼었다. 그러나 향후 중화권을 비롯해 독일어권, 프랑스어권 등 다른 언어권으로 경계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번역가만이 아닌 드라마터그(극작술 연구가)나 평론가 등 공연계 다른 분야로의 확대도 고려 중이라 한다. 다만 특정 그룹을 구분해서 육성, 지원하는 단순한 방식은 지양하려 한다고. 좀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중이라는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가는 그의, 두산아트센터의 행보에 믿음이 가는 이유다.

김일송/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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