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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학로 젊은 극단들의 물음 ‘국가란 무엇인가’

등록 2017-08-13 14:54수정 2017-08-16 11:01

정치극 연극제 ‘권리장전2017_국가본색’
21개 극단 매주 한편씩 145일 대장정
국정원 댓글·한국전쟁 등 다양한 소재
성숙한 시민의식 담는 노력 보여야
극단 프로젝트 통의 <통! 불통>. 권리장전2017 제공
극단 프로젝트 통의 <통! 불통>. 권리장전2017 제공
지난해 검열에 관한 일련의 작품을 선보이며 연극계 화제를 일으켰던 권리장전 프로젝트가 올해 ‘국가본색’을 주제로 다시 찾아왔다. 권리장전은 지난해 연극인들이 시민의 일원으로서 동시대의 고민을 공유하고자 시작했던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검열부터 시민 개인의 자기검열까지 검열을 주제로 한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일부 공연은 동시대 이슈를 기민하게 가져와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아고라의 기능을 수행했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일례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초연되었던 극단 파수꾼의 <괴벨스극장>은 지난해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극은 3일부터 30스튜디오에서 재공연되고 있다.

바로 그 권리장전이 올해 ‘국가’라는 거대담론을 고민한다. 모두 21개의 젊은 극단이 모여 매주 한 편씩 릴레이 공연을 펼치며 145일간의 대장정을 펼친다. 참여 극단 수에서는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참가 극단 중 다수가 창단 3년 안팎의 신예 극단이라는 점은 지난해와 다른 차별점이다.

다양한 극단이 참여한 만큼 주제의 변주도 다양하다. 극단 바바서커스의 <댓글부대>는 장강명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무대화한다. 극단 뜻밖의 프로젝트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 한국으로 가져와 국가와 법에 질문을 던진다. 그런가 하면 신생 극단 숨다의 <영웅 말고는 대처할 게 없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테>를 원작으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저항해 섹스파업을 벌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연극집단 공외의 <찾아가는 대통령: 우리 집에 문제인이 온다>는 청와대가 준비한 이벤트 ‘대통령과 저녁식사’에 당첨된 연극배우의 고민이라는 발랄한 상상을 무대에 올린다. 말 그대로 현실정치의 문제를 그대로 무대로 가져온 작품부터, 고전을 당대 사회에 빗대 재해석한 각색 작품까지 다양한 내용의 공연 21편을 선보인다.

공연의 주체나 그들이 만드는 공연의 주제, 형식, 어느 하나 비슷한 게 없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공유하는 사실이 있다. ‘국가란 무엇이며, 국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각각의 작품은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이자 질문이다. 작품의 성패는 바로 그 질문에 달렸을 것이다. 완성도가 관건은 아니다. 신진 극단이니만큼 미학적 완성도를 기대하는 관객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엄혹한 시절에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메시지만 전달해도 박수받을 수 있었다. 검열기제가 작동했던 지난해까지는 검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절이 바뀌었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겪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며 시민들의 시민의식이 성숙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좇지 못하고, 구태한 질문을 던진다면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는지, 올해 권리장전은 본 프로젝트에 앞서 3차례 사전 강연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헌법의 상상력> 지은이인 역사학자 심용환과 사진작가 이재갑, 평화활동가 구수정이 초대되었고, 각자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와 폭력’, ‘새로운 국가, 과거에 묻는다’ 등의 강의를 했다. 강연회를 통해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국가에 대해 재고해보는 시간을 보냈다.

국내 유일의 정치극 페스티벌 ‘권리장전2017_국가본색’은 12월31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일송/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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