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임지영이 워너 클래식 레이블에서 데뷔 음반을 발매하고, 5일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크레디아 제공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후 2년.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 내려놓고 나만의 색깔 찾으며 자유로워졌죠.”
2015년 한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임지영(22)이 워너 클래식 레이블에서 데뷔 음반을 발매하고, 5일 서울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전역에 발매되는 인터내셔널 음반이다. 임지영은 정경화(1988년), 조수미(1994년) 등에 이어 세계적인 레이블 워너 뮤직과 계약을 맺고 음반을 발매한 여덟 번째 한국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이는 워너 뮤직이 인수한 이엠아이(EMI) 클래식 레이블을 포함해서다.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18·21·26번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녹음했으며, 한국판에는 특별히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 불리는 비탈리의 ‘샤콘’이 보너스 트랙으로 담겼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코피예프나 스트라빈스키 등의 모던한 곡에 관심이 있었지만, 첫 음반에는 정통 레퍼토리를 담는 것이 좋겠다는 레이블 쪽의 의견을 따라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소나타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커리어를 막 시작하는 연주자로서 안정적인 데뷔반을 만든 것 같아 기뻐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는 나이 차(11살)도 많고, 먼 동료 관계였는데, 고독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사촌오빠 같은 따뜻함이 있더군요. 늘 궁금한 게 많은 제게 좋은 파트너가 되어 주었어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1937년 설립된 경연으로,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라 불리는 권위 있는 콩쿠르다. 2015년 임지영이 전해준 낭보는, 그가 유학 경험이 없는 ‘토종 바이올리니스트’였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한예종 졸업 후 바쁜 연주 일정을 소화하던 임지영은 올해 2월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독일에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저를 콩쿠르 우승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낯선 신인 연주자로 대하는 환경에서 스스로 삶을 꾸려가며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는 기돈 크레머, 이츠하크 펄먼 같은 유명 연주자들의 마스터클래스가 자주 열리는 곳이에요. 테크닉을 배우기보다는 음악적으로 주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결승점이 아득한 마라톤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발전해나갈 거예요.” 임지영은 임동혁과 19~27일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연다.
김호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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