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동아리 창립 50돌을 맞아 공연하는 활주로.
대학 음악 동아리를 대표하는 두 단체인 항공대 활주로와 서울대 메아리가 각각 창립 50주년, 40주년을 맞아 무대를 꾸민다. 활주로는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록그룹 중 하나인 송골매의 모태와 같은 밴드로 배철수 같은 스타 뮤지션을 배출했다. 메아리는 한국의 노래운동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노래패다. 40대 이상의 관객들에게는 추억을 찾아가는 특별한 무대이기도 하다.
■ 활주로 50주년 1977년 열린 제1회 대학가요제. 샌드 페블즈가 ‘나 어떡해’로 대상을 받는 모습을 배철수는 군대 내무반에서 보고 있었다. 항공대 캠퍼스 밴드 활주로(런웨이) 6기 멤버였던 배철수는 ‘저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전역한 뒤 후배들과 함께 티비시(TBC) 해변가요제, 엠비시(MBC) 대학가요제에 잇따라 출전해 입상한다.
해변가요제에서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로 인기상을, 대학가요제에서 ‘탈춤’으로 은상을 받은 활주로는 곧바로 인기 밴드가 되었다. 당시 최고의 메이저 음반사였던 지구레코드와 계약하고 1979년 첫 앨범을 발표한다. 배철수(6기·보컬&드럼), 지덕엽(9기·기타), 김종태(10기·베이스), 박홍일(10기·키보드)의 연주 멤버와 이응수(8기)와 라원주(8기)의 작사·작곡 콤비로 이루어진 당시 구성은 활주로 역사에서 가장 빛났다.
제2회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활주로. 이후 송골매로 이어지며 한국 록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다. 활주로 제공.
당대 인기뿐 아니라 음악적 성취 또한 적지 않았다. 활주로에서 송골매로 이어지는 특유의 하드록 음악은 외국에서 찾을 수 없는 이른바 ‘한국적인 록’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이야기되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이며 한국 록 음악에 누구보다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하세가와 요헤이(양평이형)는 늘 활주로 음반을 한국 록 명반으로 꼽는다. 활주로 특유의 스타일은 제2회 젊은이의 가요제 ‘불꽃’(11기)으로, 제3회 대학가요제 ‘살풀이’(11기), 제6회 대학가요제(15기), 제8회 대학가요제(16기)로 계속된다.
활주로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7년 창립했으니 엄청난 세월이다. 최초의 캠퍼스 밴드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캠퍼스 밴드인 건 사실이다. 50주년을 기념해 활주로를 거쳐간 이들이 한 무대에 선다. 활주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철수가 사회를 맡고, 현재 재학생인 51기까지 까마득한 선후배가 50주년을 자축한다. 눈에 띄는 출연자도 있다. 활주로 멤버들과 송골매를 결성하는 홍익대 블랙테트라 출신의 구창모가 출연해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를 예정이고, 활주로 2기 멤버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의 형이자 소녀시대 써니의 아버지인 이수영이 써니과 함께 무대에 선다. 10일 여의도 케이비에스(KBS)홀.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공연하는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 메아리 40주년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도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1977년 시작한 메아리는 처음 김민기의 영향을 받은 포크 음악의 서정성과 순수성을 추구했지만 유신독재 아래서 치열한 내부투쟁을 거쳐 차츰 ‘노래운동’ 노래패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김민기를 비롯한 포크 음악과 흑인영가 등을 따라 부르던 수준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한국 노래운동과 민중음악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문승현과 한동헌 같은 걸출한 창작자를 배출하였고, 메아리 출신 멤버들은 훗날 새벽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창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고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이란 주제로 기념공연을 한다. 40년 동문이 한자리에 모여 창립 초기의 순수성과 이후의 저항정신까지를 아우르는 명곡을 부른다. ‘그날이 오면’, ‘그루터기’, ‘바람씽씽’,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 ‘겨울 거리에서’, ‘찬비 오는 새벽’, ‘만주출정가’ 등 메아리를 넘어 민중음악을 대표하는 수많은 명곡을 무대에서 부를 예정이다. 19일 백암아트홀.
김학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