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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촛불뮤즈’의 힘으로 트럼프의 미국에 고함치다

등록 2017-11-07 17:48수정 2017-11-07 20:15

인터뷰 _ 연극 ‘리얼게임’ 극작가 윌리엄 미주리 다운스
지난해 한국 방문…촛불시위에 감명
귀국 뒤 트럼프 당선에 ‘충격’
조작된 가짜와 진짜 현실 간극에 주목
극단 사개탐사 각색으로 한국에 첫선
윌리엄 미주리 다운스. 페이스북 갈무리
윌리엄 미주리 다운스. 페이스북 갈무리

시작은 한국의 촛불이었다. 1990년대 국내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미드 <블루문 특급> 의 작가, 윌리엄 미주리 다운스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다. 자신이 극본을 쓴 <피카소 훔치기>를 보기 위해서였지만 정작 그의 관심을 빼앗은 것은 당시 활활 타올랐던 촛불시위였다. 한국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을 정도로,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계속 이동하고 관찰하고 글을 썼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보면서 완성한 연극 <리얼 게임>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작가를 이메일로 만나봤다.

<리얼 게임>은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와 게임중독에 빠진 그의 아들이 등장한다. 실화라는 말을 듣고 그에 바탕해 극을 완성한 아버지는 자신이 다룬 것이 실제론 픽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하는 반면, 아들은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스토리가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었음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직설적으로 한국의 촛불시위를 언급한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는 이 연극에 박근혜 신화가 신기루였음을 깨닫고 거리에 나선 한국의 시민들과 ‘가짜’에 홀려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미국 시민들의 모습을 포개놓았다.

―촛불시위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나?

“촛불혁명은 내게 뮤즈였다. 나는 큰 감명을 받아 집회를 쫓아다니며 원고를 썼고, 일주일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귀국하고 며칠 뒤 트럼프가 선출되는 걸 보며 환멸을 느꼈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촛불을 꺼버리고, 작고 하찮은 ‘거짓 현실’, 즉 ‘고치’(cocoon)로 들어가버렸다. 한국은 촛불을 통해 탄핵·정권교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인들은 거짓 속에 살기를 받아들이고 감시자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

허구와 실제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연극 <리얼 게임>. 극단 사개탐사 제공
허구와 실제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연극 <리얼 게임>. 극단 사개탐사 제공
―<리얼 게임>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

“트럼프의 딸 이방카는 ‘문제는 실상이 아니라 인식이다. 무엇인가를 진실이라고 인식한다면, 그것은 실체적 진실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편협한 현실 속에 사는 미국인들은 세계로부터 분리돼 있다. 가짜 뉴스로부터 정보를 얻은 그들은 날조된 사실을 믿는다. 이 작품은 스스로 사유할 능력을 제한하는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이다. 나는 트럼프의 당선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실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무례하고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수준 낮은 나르시시스트에게 투표를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정부와 정치인, 미디어, 웹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인식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의심이란 아름다운 단어다. 현실과 우리의 정체성(character)을 찾기 위해.”

―촛불 1주년을 맞아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촛불혁명은 나에게 자극이었다. 민주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나는 미국인들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려는 자들과 그들이 지키지 않는 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국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얼 게임>의 번역과 각색을 맡은 극단 사개탐사(박혜선 연출)는 원작의 인물들을 한국인으로, 배경도 할리우드에서 서울 강남구 신사동으로 바꾸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달 19일까지 대학로 아름다운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일송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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